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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서울 삼성이 안양 정관장에 재를 뿌리며 하위권 추락을 모면했다.
이날 두 팀의 경기는 '극과 극' 이슈가 걸린 대결이었다. 정관장은 이날 승리할 경우 4승1패로 올시즌 처음으로 단독 1위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앞서 수원 KT가 창원 LG전에서 패하며 4승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은 최하위권 탈출이 시급했다. 만약 패할 경우 1승3패, 개막 4연패의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간신히 피한 공동 8위가 된다. 정관장의 선두 도약 야망에 재를 뿌리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경기 시작 전, 두 팀 감독의 다짐도 '극과 극' 같았다. 시즌 초반 '양궁농구'로 화제를 불렀지만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삼성의 김효범 감독은 플레이 스타일 변화를 예고했다. "오늘은 외곽슛에 의존하기보다 활동량이 많은 농구를 시도할 것이다." 그동안 이대성-앤드류 니콜슨 위주로 기회를 줄 만큼 주었으니 '플랜B'를 가동한다는 것이었다. 시즌 초반 '파이팅 농구'로 효과를 보고 있는 정관장을 상대로 강하게 맞불을 놓을 것이란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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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른 분위기로 시작된 두 팀의 대결, 예상대로 이틀 휴식으로 체력을 회복한 삼성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양궁농구' 팀답게 1쿼터에 무려 7개의 3점슛을 꽂아넣으며 27-22로 먼저 앞서갔다. 정관장도 4개의 3점포로 응수했지만 니콜슨이 3점슛 2개를 포함, 내외곽을 지배하는 걸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쿼터에는 점수 차가 10점(52-42)으로 더 벌어졌다. 팀 성적 대비 리바운드 경쟁에서 열세를 보여온 정관장의 약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정관장은 2쿼터에서만 리바운드를 12개 허용한 대신 4개를 건지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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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삼성은 보기 드물게 두 쿼터 연속 버저비터의 행운도 누렸다. 1쿼터 종료 때에는 최성모의 장거리 슈팅이 림을 통과했고, 2쿼터서는 이관희의 레이업이 그물을 통과할 때 버저가 울리면서 52-42로 전반을 기분좋게 마감했다.
버티기는 커녕 두 자릿수 점수 차로 밀린 정관장은 3쿼터 2분여 동안 무득점에 그치는 니콜슨의 공세를 막지 못한 채 17점 차(42-59)까지 밀리며 위기를 가중시켰다. 이날 경기 흐름으로 볼 때 이변이 없는 한 삼성의 승리가 유력해지는 상황이었다.
이후 삼성은 정관장의 맹추격에 진땀을 흘렸지만 승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승부처인 4쿼터, 두 팀은 불을 뿜었다. 추격과 달아나기의 연속이었다. 정관장은 이날 내린 가랑비처럼 끈질기게 스며들었고, 아반도가 선봉에 섰다. 경기 종료 1분44초 전, 아반도의 그림같은 더블 클러치 레이업으로 78-78, 처음으로 동점이 됐다. 이어 조니 오브라이언트의 수비 리바운드, 변준형의 3점슛 실패로 안양 홈팬들의 피를 말리는 가운데 니콜슨의 3점슛이 찬물을 뿌렸다. 정관장은 15.5초 전 아반도의 2점슛으로 1점 차로 추격했지만 종료 3.6초 전 시간에 쫓긴 채 팀파울 자유투를 허용하며 더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안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