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 하나은행의 진짜 실력은 과연?

최종수정 2025-11-25 13:44

'모 아니면 도' 하나은행의 진짜 실력은 과연?
하나은행과 삼성생명 선수들이 24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의 시즌 첫 맞대결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WKBL



'과연 진짜 실력은?'

지난 16일 뒤늦게 개막, 팀별로 2~3경기씩을 소화한 여자 프로농구에서 현재까지 가장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는 팀은 단연 하나은행이다.

만년 하위팀의 이미지를 벗고, 시즌 초반부터 깜짝 2승을 올리며 25일 현재 2위에 위치해 있는데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우리은행전과 24일 삼성생명전처럼 승리한 경기에선 상대를 시종일관 몰아치며 두자릿수 이상의 점수차로 압도하지만, 21일 신한은행전에선 후반에 급격하게 무너졌던 예년의 모습이 되풀이 됐다. 당연히 상대팀별로 상대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에 비해 신한은행의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른바 '강강약약'인 셈이다.

과연 진짜 실력이 어떨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모 아니면 도'의 경기력에 대해 이상범 감독조차 "어딜 기준으로 잡고 나가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웃을 정도다.

하지만 승리한 경기를 복기해보면 하나은행의 올 시즌 확실한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다. 경기당 평균 68득점으로 KB스타즈(평균 73득점)에 이어 2위에 올라 있고, 2점슛 성공률이 43.9%로 역시 2위를 기록중이지만 이제 3경기를 치른 시즌 초반임을 감안하면 아직 평가 요소로 삼기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1순위로 뽑힌 이이지마 사키가 지난 시즌 BNK썸에서 수비에 치중했던 플레이와는 달리, 공격 자원이 부족한 팀 사정상 올 시즌 하나은행에선 공격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 24일 삼성생명전에선 본인의 일본과 한국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많은 34득점을 쏟아부었던 수치가 포함돼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역시 가장 달라진 점은 수비와 리바운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승리한 2경기에서 모두 리바운드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특히 개막 첫 경기인 우리은행전에선 무려 49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우리은행의 32개를 압도했다. 반대로 신한은행전에선 33-48로 리바운드 경쟁에서의 열세가 그대로 패배로 이어졌다.

물론 리바운드만 많이 잡아낸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고, 또 공격 리바운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슛 성공률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된다. 남자농구에선 베테랑이었지만 여자농구 새내기 사령탑인 이상범 감독이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포인트는 단순한 리바운드 참여가 아니라 그만큼의 적극성과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 감독 부임 이후 2~3배 가까이 늘어난 체력 훈련을 소화하며 자신감을 체득한 젊은 선수들이 특히 3쿼터부터 지속적으로 전면 압박 수비를 하면서 상대의 예봉을 앞선부터 꺾어놓는 것이 승리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하상윤 삼성생명 감독도 "상대 선수들의 강한 압박과 힘에 우리 선수들이 계속 밀려다니다 경기가 끝났다"고 말했다.

더불어 마지막 시즌을 치르는 베테랑 김정은과 중고참 정예림이 수비에서, 사키와 진안이 공격에서 각각 중심을 잡고 후배들을 끌고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신구 조화도 분명한 시너지 효과라 할 수 있다. 정현 박소희 박진영 고서연 등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패기만큼은 뛰어난 20대 젊은 선수들이 이런 경기를 되풀이 하면서 경험을 쌓고 성장한다면 올 시즌뿐 아니라 내년 시즌 이후의 전망도 밝다고 할 수 있다.

이 감독 역시 "우리 수준에선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목표점을 잡기보단 한 경기 한 경기 쏟아붓다 보면, 시즌 막판에 뒤돌아봤을 때 좋은 성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철저히 과정이 중요하다"며 "일단 지금 방식대로 1라운드를 치른 후 2라운드 이후의 대응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오는 29일 KB스타즈, 12월 1일 BNK썸 등 현재 페이스가 가장 좋은 두 팀과의 경기를 통해 현재 하나은행의 경기력과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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