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혁이 이슈분석] 임시감독. 준비기간 단 4일. 전희철 대표팀 감독의 4일 프로젝트. 어떻게 만리장성 무너뜨렸나

기사입력 2025-12-05 06:02


[류동혁이 이슈분석] 임시감독. 준비기간 단 4일. 전희철 대표팀 감독의…
사진제공=F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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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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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2연전만 치르면 되는 임시 감독. 준비기간은 단 4일. 당초 발탁했던 선수들은 줄부상. 계획했던 플랜 A는 전면수정. 상대는 항상 한국에 우위를 보였던 만리장성 중국. 역대 전적 15승36패, 절대 열세인 아시아 최강자.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최상의 결과를 도출했다.

전희철 임시 대표팀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남자농구대표팀은 11월 28일 중국 베이징, 12월 1일 원주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1, 2차전에서 중국을 80대76, 90대76으로 완파했다.

1, 2차전 모두 완승. 레벨 자체가 달랐다.

원-투 펀치 이현중과 이정현을 중심으로 '원 스피릿'을 보였다. 12명 선수들은 너무나 훌륭했다. 사실, 지난 8월 아시아컵에서도 한국의 원 스피릿 정신은 훌륭했다. 그런데 이번 중국과의 1, 2차전은 뭔가 달랐다. 좀 더 정교해졌고, 좀 더 디테일해졌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싱크로율이 아시아컵에서 80~90%였다면, 월드컵 예선 중국전은 거의 100%에 가까웠다.



궁금해진다. 단 4일 동안 전희철 감독과 조상현 코치는 도대체 무슨 준비를 한 걸까. 어떠헥 짧은 기간 안에 자신의 농구철학을 오롯이 대표팀에 이식시킬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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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밀을 살펴보기 위해 전 감독과 1시간 가까이 정밀 인터뷰를 했다. 리더십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었다.

프로팀 서울 SK 나이츠 사령탑인 그는 당초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했다. 임시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였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안준호 전 감독의 후임을 물색했지만, 결국 선임을 연기했다.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재정이 너무 열악한 농구 협회는 이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돈과 시스템이 모두 부족했다. 능력 부족이었다. 결국 중국과의 아시아 예선 1, 2차전을 맡아줄 임시 감독이 필요한 말도 안되는 상황에 처했다. 전 감독은 결국 수락했다.

유재학 대표팀 경기력향상위원장의 절실한 부탁과 생소한 대표팀의 경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는 "임시 감독이지만, 대충하는 것은 성격 상 안된다. 대표팀 감독직을 맡으면서부터 중국 전력 분석에 들어갔다. 조상현 코치도 사실상 감독이다. 파트너라 생각하고 계속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했다. 이때부터 최대한 철저한 공수 플랜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당초 계획 핵심은 더블 스쿼드였다. 높이와 파워에서 우위인 중국전에서 정면대결은 패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체력전, 속도전 밖에는 답이 없었다. 12명의 선수를 모두 기용하는 이른바 '하키 로스터'가 가장 강력한 대안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악재가 발생했다. 리그 최고의 슈터 유기상, 멀티 플레이어 최준용과 송교창이 잇따라 다치면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A 플랜이 완전히 망가졌다.

낙담할 시간조차 없었다. 재빨리 플랜을 바꿨다.

전 감독은 "조상현 코치와 통화했고, 더욱 명확하게 준비를 했다. 공격은 일단 얼리 오펜스, 세컨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동선을 확립했고, 이후 세트 오펜스에서 스플릿 액션(포스트 오펜스 시 커팅을 동시에 녹이는 공격 전술) 혹은 2대2 공격으로 확정했다. 수비는 중국 공격 전술을 철저하게 분석, 맞춤형 디펜스를 엄선했다. 히든 카드 지역방어 하나도 있었다"고 했다.

대표팀 소집 이후 훈련 시간은 단 4일에 불과했다.

그는 "대표팀 소집 첫날 공수 핵심을 선수들에게 설명했다. 중국전에서 왜 이렇게 공격과 수비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나를 믿고 따라달라'고 부탁했다. 주장 이승현을 비롯해 이현중 등 모든 선수들이 성실하게 수행해 줬다. 1차전 수비에서 미스가 있었지만, 2차전 수비 미스를 완전히 줄이면서 중국을 압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즉, 추상적 믿음 혹은 정신력보다는 디테일한 공수 틀을 제시하고, 설득 과정을 훈련 첫 날에 확립했다. 훈련 시간은 4일 밖에 없었지만, 첫 날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대표팀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이제 디테일을 입힐 차례였다.

전 감독은 "훈련 방식은 소속팀 SK나 대표팀이나 별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각자의 팀에서 온 선수들이다. 때문에 전술의 디테일한 부분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짚어줬다. 말을 정말 너무 많이 했다'며 "그리고 선수들에게 '궁금한 건 물어봐야 한다. 농구는 잘잘못이 없는 거다. 코칭스태프가 제시한 방법이 100% 맞는 것은 아니다. 항상 물어보고 의문을 제기해서 개선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적극적 선수들과 소통과 명확한 방향성으로 디테일을 입혔다. 단, 4일이었지만, 만리장성을 넘기 위한 전쟁 준비를 끝냈다.

감독은 훌륭한 전술과 인 게임 조정 능력(게임 중 맞춤형 전술을 지시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단 장악이 필수적이다.

전 감독은 "선수단의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 특별한 지시 혹은 수정 사항이 있으면 주장 이승현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이현중이 에이스였지만, 이현중과 특별히 면담을 하거나 한 적은 없다"며 "핵심 선수들 위주로 팀을 운영하는 것보다 명확한 원칙 속에서 팀을 운영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현중은 스스로 너무 잘했다. 항상 파이팅을 외치고,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훈련 태도는 만점에 가까웠다. 이번 대표팀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고 했다. 또 "감독들은 본능적으로 선수들이 내 말을 신뢰하면서 뛰는 지, 아닌 지를 안다. 이번 대표팀은 선수들이 나를 비롯해 코칭스태프를 신뢰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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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업이 남았다. 선택과 집중이었다. 너무 많은 전술은 독이었고 너무 적은 전술은 플랜 B의 부족함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이 너무 어려웠다. 공격은 정상적 패턴 12개, 사이드, 베이스 라인 각각 3개 씩 총 18개만을 엄선했다. 저우치와 정판보가 새롭게 가세한 중국의 전력은 미지수였다. 일단, 궈스창 중국 대표팀 감독이 빅맨 2명만 선발 명단에 넣은 것을 보고, 싱글 포스트라는 판단이 들었다. 사실 저우치가 내외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블 포스트를 사용하면, 우리 수비가 상당히 어려워진다"며 "1차전 저우치와 정판보가 전혀 대표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계획대로 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1차전 승리한 뒤 수비 미스를 보완해야 했다. 2차전 선수들이 더욱 좋은 수비력을 보였다. 결국 2차전까지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단 4일의 준비, 그리고 2경기. 전희철 감독의 리더십은 명확했다. 초고효율의 리더십이었다.

상대 현미경 분석 및 공수 명확한 패턴 마련→선택과 집중 및 디테일한 틀 입히기→원칙적 선수단 운영을 핵심으로 한 선순환 구조를 명확하게 형성했다.

그의 선택에 '정도'가 아닌 것은 없었다. 시간이 없었지만, 철저하게 상대를 파고 들었고, 선수들과 친목보다는 명확한 공수 대안을 제시하면서 신뢰도를 자연스럽게 올렸다.

초단기전 전희철 임시 감독의 리더십은 '평범'했지만, 동시에 '비범'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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