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정말 부담스럽네요."
그는 정말 한결같았다. 함지훈은 은퇴식 직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저는 나서는 걸 별로 못한다. 공식 은퇴식을 한다고 구단에서 열심히 준비해 주시는데, 정말 부담스럽다. 그냥 뒤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함지훈의 한결같았다. 똑같이 열심히 뛰었고, 코트에서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보면 매우 담담했던 은퇴식.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20년 가까이 함지훈의 모습을 지켜봤던 필자도 역시 울컥했다.
그는 항상 모범적이었고, 코트 안과 밖이 똑같았고, 모범적이었다. 그리고 신인 시절과 마지막 무대가 똑같았던 선수였다. 항상 겸손했고, 자신을 낮췄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KBL의 레전드였다.
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울산 현대모비스와 창원 LG의 경기.
현대모비스가 78대56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스코어나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 LG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상태였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현대모비스 양동근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함지훈에게) 하고 싶은 거 다 해 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함지훈은 똑같았다. 공격에서는 부지런히 움직였고, 슈팅 찬스에서는 슈팅을 던졌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면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열심이었다. 백코트도 맨 먼저 했다. 이날 함지훈은 19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BL 7호인 통산 3000 어시스트도 달성했다. 스틸과 블록슛도 각각 1개씩을 올렸다.
팀의 첫 득점을 올린 함지훈은 팀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프로생활 마지막 3점슛을 넣은 뒤 경기종료 2분22초를 남기고 그는 벤치로 들어갔다. 마지막임을 직감한 현대모비스 팬들은 기립박수를 치면서 함지훈의 응원송을 열창했다. 함지훈의 스승 유재학 경기본부장 역시 눈시울이 붉어진 채 떠나는 애제자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경기는 잠시 멈춰졌다. 함지훈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는 특유의 엉거주춤한 자세로 울산 동천체육관을 찾은 팬에게 인사했다. LG 조상현 감독을 비롯한 LG 선수들도 그의 마지막 길을 배려했다.
조상현 감독과 악수를 했고, LG 선수들은 모두 일어서서 대선배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뒤 현대모비스 팬은 자리를 지켰다. 함지훈의 은퇴식이 열리는 마지막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이날 중계사인 IB SPORTS 역시 경기가 끝난 뒤 함지훈의 은퇴식을 생중계하는 특별 편성을 했다. 함지훈의 현역시절 임팩트 있었던 모습들을 준비해 송출하기도 했다.
18시즌 동안 우직하게 현대모비스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던 함지훈. 신인드래프트 10순위로 역사를 만들었던 끊임없는 노력형의 선수. 자신을 항상 낮추면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모범적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그의 기나긴 현역생활은 전설로 남았다. 아듀! 함지훈.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