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유정을 꿈꾼다'…아역 연기자, 달라진 위상

최종수정 2012-11-04 09:38

'보고싶다' 사진제공=MBC

'보고싶다'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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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사진제공=MBC

'메이퀸' 사진제공=MBC

'메이퀸' 사진제공=MBC

사진제공=김종학프로덕션

사진제공=김종학프로덕션

'제2의 김유정을 꿈꾼다!'

안방극장 아역 연기자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과거엔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기 전에 사건의 배경과 인물 관계를 제시하는 가이드 역할에 머물렀지만, 요즘엔 드라마의 완성도와 성패를 좌우할 만큼 주목도가 높아졌다. 사실상 극 중 캐릭터는 초반부의 아역들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역들의 활약에 따라 시청률의 희비가 갈리는 일도 다반사다.

최근 아역 열풍의 진원지는 역시 MBC '해를 품은 달'이다. 과거에도 MBC '대장금'과 '이산', KBS2 '제빵왕 김탁구' 등이 아역 연기자 덕분에 쏠쏠한 재미를 보긴 했지만, '해를 품은 달'은 아역 연기자의 비중을 성인 연기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해를 품은 달'은 김유정, 여진구, 이민호, 김소현이 펼친 절절한 로맨스 덕분에 아역 출연분에서 이미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진구에게는 '중학교 3학년에게 가슴이 떨린다'는 시청평이 이어졌고, 김유정은 '아역이 아니라 여배우'라는 호평을 들었다. 전체 20부의 분량 중 총 6회분에 이를 만큼 아역들의 역할이 컸지만 시청자들은 아역 분량을 더 늘려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현재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에서도 아역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MBC '메이퀸'은 '해를 품은 달'의 주역 김유정을 내세워 아역 신드롬을 재현했다. 김유정은 능청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와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유정의 의붓아빠로 호흡을 맞췄던 안내상이 "김유정은 하나를 얘기하면 그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는 연기자다. 어리지만 가끔은 성인 연기자들을 지도하듯 연기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8회까지 등장한 김유정, 박지빈, 박건태 등 베테랑 아역들은 자체최고시청률 기록과 함께 성인 연기자들에게 바통을 넘겼다.

오는 7일 첫 방송을 앞둔 MBC 새 수목극 '보고싶다'에서도 '해를 품은 달'의 여진구와 김소현이 초반 4회분을 책임진다. 열다섯살 첫 사랑의 상처로 인해 엇갈리게 된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는 만큼 어린 시절의 풋풋한 사랑 연기를 펼쳐야 하는 아역들의 역할이 막중하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여진구와 김소현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이유가 크다.

그러나 아역들의 인기가 높을수록 성인 연기자로의 전환은 제작진에게 큰 숙제가 되어 돌아온다. 외모나 연기톤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을 경우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 연기자들이 아역들과 비교되며 연기력 논란을 겪기도 하고, 시청률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해 MBC '짝패'는 초반 18% 시청률로 출발해 12%로 막을 내렸고, '메이퀸'보다 앞서 나갔던 SBS '다섯손가락'이 '메이퀸'에 역전당하기 시작한 것도 아역들이 퇴장한 이후부터다. 심지어 '해를 품은 달'도 성인 연기자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아역 이미지와의 부조화, 연기톤 등과 관련해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러다 보니 기획 단계부터 아역과 성인 연기자의 외모를 매치시켜 캐스팅하는 것이 일반화됐고, 성인 연기자들도 연기 준비에 각별한 노력을 쏟는다. '메이퀸'이 성인 등장 이후에도 시청률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데는 김유정과 한지혜, 박지빈과 김재원, 박건태와 재희 등 아역과 성인 연기자들의 이미지가 비슷한 것이 도움이 됐다. 김재원은 아역들의 출연분을 꼼꼼히 모니터하면서 박지빈의 대사톤까지 숙지했고, 한지혜는 김유정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사투리를 연마했다. '보고싶다'의 윤은혜는 제작발표회에서 "어린 시절에 세상 사람들의 천대를 받았던 아픈 과거를 지닌 캐릭터가 성장해서 어떤 인물이 돼 있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작가와 4시간 넘게 얘기를 나눴다"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가 아역들의 후광을 입는 건 아니다. MBC '마의'는 아역 분량에서 시청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정도로 고전하다가 조승우와 이요원 등 성인 연기자가 등장한 후에야 비로소 시청률 상승세를 탔다. 외모에서는 어느 작품보다 '닮은꼴'이었지만, 신인급 아역 연기자들의 미숙한 연기력은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는 평을 들었다. SBS '대풍수'도 이다윗, 노영학, 박민지 등 아역들의 연기력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늘어지는 극 전개와 과도한 멜로신 등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요즘엔 아역들이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연기력과 인지도를 갖춘 아역들의 경우 거의 '모셔가기' 수준으로 캐스팅이 이뤄지고 있고, 아역 연기자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도 더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드라마 마케팅에서도 '제2의 김유정'이라는 식으로 아역들을 적극 활용한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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