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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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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에 간간이 침묵이 흘렀다.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MC들은 서먹해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안방 시청자들은 민망해졌다. MBC '토크클럽 배우들'(이하 배우들)이 어색한 분위기에 잠식당한 건 예상된 수순이었다. 예능인 없이 배우들을 집단 MC로 내세운 컨셉트는 뚜렷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전체적인 그림이 두루뭉술했던 탓이다. 때문에 배우들은 선뜻 나서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 채 주변만 살폈다. 토크의 일반적인 형식과 달리 질문과 답변의 대상이 나뉘어 있지 않다는 점도 그 이유가 됐다. 그들의 표정에선 설렘과 불안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 어색함만 아니라면 '배우들'은 상당히 색다른 토크쇼임이 분명하다. 항상 보아오던 뻔한 얼굴이 아니라서 신선했고, 영화인이라는 것 말고는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의 조합이라서 더 흥미로웠다. 황신혜, 심혜진, 예지원, 송선미, 고수희, 신소율, 고은아, 민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배우 8명과 '청일점' 박철민이 MC를 맡았고, 여기에 음악을 담당한 가수 존박이 고정출연자로 함께한다.
'놀러와' 후속으로 14일 첫 방송된 '배우들'은 명사나 유명인에 대한 인물탐구를 지양한다. 그렇다고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도 아니다.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주제를 놓고 MC들과 게스트가 편안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첫 방송은 MC들을 위한 자리로 꾸며졌다. 각자 키워드를 뽑아서 왜 배우가 됐는지를 얘기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배우로서의 꿈을 털어놓았다. '컴퓨터미인'이라 불리던 시절을 회고한 황신혜, 영화상 9관왕 트로피를 공개한 심혜진, 모자란 기억력 '덕분에' 풍부한 애드리브 연기를 하게 된 박철민, 배우가 되고 싶어 고등학교를 자퇴한 신소율 등 개개인의 에피소드는 다채로웠다. '영화 토크쇼'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신변잡기로 흐른 점이 아쉬웠지만 이 또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란 점에서는 귀 기울여볼 만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영화를 토크의 주제로 삼았을 때 이들의 개인사가 어떻게 주제 안으로 수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C가 무려 10명인 탓에 개개인에게 집중할 시간도 부족해 보였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게스트까지 출연하면 자칫 토크가 일관된 맥락을 갖지 못하고 중구난방이 되거나, 깊이 없는 겉핥기에 머무를 위험도 엿보였다.
앞서 제작진은 "그간 배우들은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개인기를 하고 자신의 연애사를 들려줘야 했다"며 "우리 프로그램은 영화인들이 자연스럽게 작품 이야기를 하고 배우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말대로 이미 대부분의 토크쇼가 홍보적 성격을 띄는 상황에서 '배우들'의 정공법이 어떻게 내용적으로 차별화될 수 있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그럼에도 신선한 얼굴로 꾸려진 MC들의 화학작용은 기대를 갖게 한다. 아직 '언니'라는 호칭도 어색해하지만, 점차 거리감을 좁혀가면서 각자의 캐릭터가 잡힐 것이고 관계망이 형성될 것이다. 그 과정이 스토리를 갖는다면 시트콤 같은 재미도 예상된다. 그러기 위해선 MC들이 하루빨리 친해져서 프로그램이 안정감을 갖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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