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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캡처=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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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살 후가 삶은 달걀을 오물오물 먹는 모습에 안방극장이 자지러졌다. 첫 여행지의 낡은 집에 이어 또다시 텐트에서 하룻밤을 자게 된 민국이가 '으앙' 울음을 터뜨릴 때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일곱살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고 '시크한' 준, 엉뚱하고 장난기 많은 준수, 애교 만점 '홍일점' 지아까지. 저절로 '엄마미소'를 짓게 하는 다섯 꼬마들 때문에 일요일 저녁마다 훈훈한 웃음꽃이 핀다. 성동일-준, 김성주-민국, 이종혁-준수, 송종국-지아, 윤민수-후. 다섯 연예인 아빠와 아이들의 1박2일 오지여행기를 담은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20일 방송에서 코너 시청률 8.5%(닐슨코리아 기준, 광고시간 제외)를 기록, 동시간대 KBS2 '남자의 자격'(8.4%)을 단숨에 제치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장기 부진을 겪고 있는 '일밤'을 구출할 다섯 꼬마 구세주가 등장한 셈이다.
귀엽고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은 침체된 예능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만 6세부터 14세를 대상으로 진행한 Mnet '보이스 키즈'는 지난 25일 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3.3%를 기록하며 4주 연속 동시간대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어린이 뮤지컬배우 윤시영과 '리틀 로이킴' 이우진, AOA 서유나의 동생 서유리 등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실력파 참가자들도 연일 화제다. 연령 제한이 없는 SBS 'K팝스타2'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들도 악동뮤지션, 신지훈, 방예담, 김민정 같은 10대 초중반의 어린 참가자다.
4년 장수 프로그램 SBS '붕어빵'은 10%대 안팎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붕어빵'에서 활약한 김구라의 아들 동현 군은 MBC '메이퀸'에 출연했고, 박찬민 아나운서의 딸 민하 양은 MBC '신들의 만찬'과 SBS '야왕' 등에 출연하며 아역배우로 활동 중이다. 이정용의 아들 믿음 군과 마음 군, 염경환의 아들 은율 군, 정은표의 아들 지웅 군과 딸 하은 양은 이제 아빠보다 유명한 인기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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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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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는 '어린이 예능'의 인기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어린이들의 순진무구한 매력을 가장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게스트들이 자살 충동 경험을 고백하는 토크쇼나, 지능화된 게임으로 쉴 틈 없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달리, 아이들이 중심이 된 예능은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마법을 발휘한다. 자극적인 웃음이 난무하는 예능계에 청정한 웃음이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예능계의 화두가 된 '힐링' 코드와도 관계가 깊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순수한 동심의 세계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며 지친 일상에 위로와 평안을 가져다준다"며 "키덜트(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 문화가 대중화된 것도 공감대가 넓어진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이 예능'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어른들의 성장기도 있다. '아빠 어디가'의 김성주는 육아 지식만큼은 풍부하다고 자부했지만 '떼쟁이' 민국이 때문에 쩔쩔매면서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실감하는 중이고, 철부지 아빠 이종혁은 아들 준수와 장난을 주고 받으며 '눈높이' 육아법을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후의 아빠 윤민수는 아들보다 더한 장난꾸러기였고, 송종국은 딸 지아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 후를 경계하며 '딸바보'로 불리고 있다. 연예인 아빠들도 주변 어디에나 있는 우리네 아빠들과 다르지 않았다. 어릴 적 부모의 이혼 때문에 아버지의 역할이 서툴렀던 성동일과 그런 아빠를 무서워하는 아들 준이 점점 서로에게 가까워지듯 '어린이 예능'은 '성장' 코드로 나아가면서 더 큰 공감대를 획득한다.
예능계의 '새 얼굴 찾기'라는 현실적 이유도 어린이 출연자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아빠 어디가'를 연출한 김유곤 PD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극대화한 기존의 예능 스타일이나 예능인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의 방식이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새로운 형식과 새로운 얼굴, 새로운 스타일의 웃음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어 많은 예능 PD들이 새로운 포맷을 기획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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