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의 트렌드가 변한다

기사입력 2013-01-31 08:52


사진제공=SBS

리얼 버라이어티가 진화하고 있다. 문명이 닿지 않은 원시 정글로 떠나고, 휴대폰 TV 인터넷 없이 불편하게 살아보는가 하면, 엄마(혹은 아내) 없이 아빠와 아이 단 둘이 오지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뛰고 구르고 속고 속이는 기존의 리얼 버라이티와는 포맷과 내용이 다르고 웃음의 성격도 다르다. 출연진을 위한 대본이 없는 것이나 리얼리티에 기반한 것은 똑같지만 '예능스럽지 않은 예능'이라는 게 특징이다.

극한의 환경에 던져진 연예인들의 생존기를 그린 '정글의 법칙'은 현재 아마존 편을 방영 중이다. 지난 25일 방송에선 무려 19.3%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그주 방송된 모든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김병만을 필두로 한 '병만족'의 정글 생존기는 '리얼' 그 자체다. 병만족은 아마존 밀림을 누비며 직접 마실 물을 구하고 작살과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아 스스로 식사를 해결한다. 독충에 물러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불어난 강물에 휩쓸리는 등 간담이 서늘해지는 위기일발의 사건도 때때로 벌어진다. 전통적 관점에서 보자면 '정글의 법칙'은 예능이 아닌 다큐에 가깝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병만족의 모험에서 감동과 재미를 느끼고 이색적인 원시의 풍광에 매료된다.

'정글의 법칙'은 아마존에 앞서 남태평양 바누아투, 시베리아,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마다가스카르, 남미 갈라파고스 등을 다녀왔고, 현재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뉴질랜드 촬영을 진행 중이다. 여성 멤버들이 주축이 된 '정글의 법칙W'는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에서 촬영했고, 설특집으로 '붕어빵'의 아이들이 출연하는 '정글의 법칙K'도 만들어진다. '정글의 법칙'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큰 줄기에서 새로운 가지를 뻗으며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사진제공=KBS
파일럿 방송에서 호평 받아 26일부터 정규편성된 KBS2 '인간의 조건' 역시 예능스럽지 않은 예능이다. 개그맨 김준호, 박성호, 김준현, 양상국, 허경환, 정태호는 일주일간 합숙하며 '쓰레기 없이 생활하기'에 도전하고 있다. '자신의 쓰레기는 자신이 알아서 처리할 것' 외에 제작진이 주문한 것은 없다. 출연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텀블러, 손수건, 개인식기를 준비했고, 음식물 쓰레기를 유기농 비료로 바꿔주는 지렁이도 사왔다. 쓰레기가 사라진 자리에선 불편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고, 휴대폰과 TV, 인터넷은 없지만 사람들의 대화가 늘었다. '빼기'의 미덕을 보여준 '인간의 조건'은 시청률 10.1%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출발했다.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는 성동일, 김성주, 송종국, 이종혁, 윤민수는 연예인이거나 유명인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선 그냥 '아빠'다. 방송에 나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웃음을 위해 뭔가를 억지로 꾸밀 수가 없다. 인위적인 장치가 최소화되면서 리얼리티의 생동감은 더 살아났다. 아빠와 아이의 1박2일 여행기는 방송 4회를 맞이한 27일 시청률 9.9%를 기록, 심상치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연출자 김유곤 PD는 "아빠와 아이가 하룻밤을 보내며 가까워지고 아이들끼리 서로 친해지는 과정이 시트콤처럼 진행되는 것 같다"며 "자연스러운 상황이 주는 별것 아닌 재미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MBC
리얼 버라이어티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MBC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 KBS2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은 제작진이 준비한 게임과 미션을 통해 움직인다. 웃음의 장치들은 조직화돼 있고 재미는 극대화된다. 이들이 예능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지만 '변종'들이 상승세를 타는 것과는 달리 파급력이 예전만 못하다. 과거엔 시청률 20%도 훌쩍 넘겼지만, 최근엔 10% 중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유재석, 강호동이 없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존의 웃음 방식은 이제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이 예능을 하는 게 아니라 모험을 하고 있듯, 예능의 스타일과 웃음 코드가 바뀌고 있다. 제작진이 기존과는 다른 환경과 틀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출연자들이 예능을 하는 게 아니라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시청자들의 흡인력을 높인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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