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가의 서'의 이승기와 수지가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드라마도 15% 안팎의 시청률로 월화극 1위를 순항 중이다. 두 사람에게 '구가의 서'는 첫 사극 출연. 24부의 반환점을 막 돌아선 현재, "부담이 컸던 만큼 연기하는 기쁨도 크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20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구가의 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승기는 "시작 전에는 사극 출연이 처음인데다 젊은 연기자들이 중심이라 불안감과 걱정이 있었다"며 "그동안 나보다 경험 많은 여배우들과 연기했기 때문에 내 몫만 해내면 시너지가 났다. 이번엔 선배 입장에서 연기하다 보니 함께 맞춰보고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더라"고 소감을 말했다. 수지 또한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데다 첫 사극이라 걱정이 됐지만 담여울 캐릭터를 꼭 연기하고 싶었다"며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내가 지금 바라보는 선배들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와 무형도관 교관 담여울(수지)의 멜로, 부모 세대부터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가 '구가의 서' 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여기에 극중에서 유일하게 실존인물인 이순신(유동근)과 최강치의 멘토-멘티 관계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고 있다. 최강치가 이순신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 '독대 장면'은 방송 후 큰 화제가 됐다.
이승기는 "나는 원래 최강치다운 톤으로 그 장면을 준비해왔는데, 유동근 선배님께서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중요한 장면'이라며 고요하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 장면은 리허설을 하는데도 눈물이 났다. 주변 생각은 하나도 안 하고 최강치와 이순신만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치 접신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 안의 뜨거움을 끌어올려주시고, 내 안에 그런 감정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셔서 유동근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이런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게 진짜 큰 경험이고 재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후배 연기자의 성장을 지켜보는 선배의 마음도 흐뭇해보였다. 유동근은 "'구가의 서'가 시청률 1등을 하는 건 이승기와 수지 덕분"이라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밤낮없이 촬영하는 이승기와 수지, 신우철 PD의 연출, 강은경 작가, 그외 많은 후배들이 정열을 쏟을 수 있는 자리를 허락해주셔서 시청자들께 감사하다"며 "정통사극이든 퓨전사극이든 사극 장르는 연기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이승기와 수지가 담대하게 도전하는 모습이 후배이지만 멋있어 보인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여백이 보기가 좋다"고 칭찬했다.
앞서 수많은 정통사극에서 힘있는 연기를 보여준 유동근에게도 '구가의 서'는 처음 출연하는 퓨전사극이다. 그는 "사극이 강제로 역사를 주입하려고 하면 시청자들이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며 "사극도 글로벌 추세에 맞춰 연출, 작가, 배우 모두가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 점에서 '구가의 서'는 실존인물인 이순신 장군을 작품에 융화시키는 힘이 대단하다. 작가와 연출자도 사극이 처음이지만, 앞으로도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힘 있는 작품을 만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주연배우들이 생각하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뭘까? 이승기는 "사람답게 사는 게 뭔지, 인간 관계에서 가져야 하는 마음과 자세는 무엇인지, 굉장히 스펙타클한 반인반수를 통해 희로애락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설명하며 "우리 드라마에는 인간다움의 이상을 제시해주는 이순신, 절대 악인 조관웅, 반인반수 최강치 등 여러 캐릭터가 존재한다. 부모세대의 운명, 갈등의 청산 등 여러 볼거리가 앞으로도 많으니 응원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