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류근의 첫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웅진문학임프린트 곰)가 출간 이틀만에 2쇄에 들어가며 주목받고 있다.
류 시인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설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를 통해 시인은 자신을 풍자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곪아버린 세상의 아픔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감성 산문집 본연의 위로의 기능을 감행하면서도 서정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파, 삼류, 저급, B급 등 기성 주류 문화에 대한 반항의 지위를 스스로 자처하는 높고 쓸쓸한 시인의 자화상을 표출한다.
산문집을 기획한 곰 출판사의 대표 김도언 작가는 서문을 통해 '이상의 광기와 도취, 기형도의 서정과 성찰, 함민복의 상처와 눈물이 이종교배되어 탄생한, 21세기에 불시착한 낭만주의자 류근. 그의 첫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는 혹독하고 완고한 자기풍자를 감행하며 세상과 타인의 아픔을 대신 앓는 시인의 뼈저린 기록들을 엮어낸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내가 까마득한 공포에 사로잡혀 헉헉, 숨을 헐떡이는 그 순간, 그가 아주 단호하고도 아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인이여, 지상에서의 삶은 얼마나 불행했던가…. 지상에서의 삶은 얼마나 불행했던가… 그 순간 나는 생애의 모든 공포를 잊고, 공포의 감미로운 매혹을 잊고 하느님이 베푸신 허공의 한 평화로움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철새라도 몇 마리 비행기 날개에 앉아 쉬었더라면 더 아름다웠으리라. 그날 내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은 소설가 이외수였다.'
'선글라스를 낀 국방색의 남자 밍규는 커피를 마시러 다방에 가는 길이었고, 나는 라면 사러 가는 길이었으므로 그냥 그렇게 길 위에서 그럭저럭 헤어졌다. 나는 또 속으로 아, 밍규가 돈을 좀 많이 벌어야 할 텐데…하면서 그의 건승을 진심으로 빌어줬다. 선글라스를 낀 국방색 남자는 지가 소설가 박민규라고 말했다.'
문단 안팎의 많은 예술인들과 교류를 해온 류근은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이외수, 함께 '남서파 동인'으로 활동 중인 소설가 정영문, 고인이 된 이윤기, 김광석 외에도 문정희, 박민규 등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나누었던 일화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소금 장수' 박후기 시인, '전직 이종격투기 선수' 황종권 시인, 동네마다 등장하는 '주인집 아주머니' 와 '주인집 아저씨' 등 독자들에게 익숙한 문인들이 류근의 방식으로 새롭게 불리우며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 출현한다.
어떤 만남은 눈물을 자아내고, 어떤 만남은 웃음을 유발한다. 예인으로서 대중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류근의 친구이자, 선후배, 마음을 나눈 벗으로서의 모습이 그의 입을 빌어 우리가 이제껏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로 발현된다.
이어령 교수는 추천의 글을 통해 "호젓한 심사로 개인의 미적 취향이나 기호를 토로하거나 인생의 교사가 되어 세상 사람들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과 함께 낮게 엎드려 아파하고 끙끙 앓는 품이 매우 견결하고 순정하게 느껴진다"며 "자기개발이나 계몽을 부추기는 책들이 당의정처럼 읽히는 시대에 이 책은 당돌하고 돌올하게 자기보존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데, 나는 그것이 시인들이 산문을 쓰는 중요한 이유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류근 시인은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이후 작품 발표를 하지 않다가 등단 18년 만인 2010년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을 첫 시집으로 출간했다.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 등에서 일하다 사표를 내고 홀연 인도 여행을 하고 돌아와 강원도 횡성에서 고추 농사를 짓기도 하는 등 기행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