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미쓰에이 수지는 "우울증 비슷하게 왔다. 아무한테도 말을 못하겠어서 '내가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내일도 잘 버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친구랑 얘기하다 막 웃다가 갑자기 울었다"고 털어놔 충격을 안겼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보여줬던 그의 우울증 고백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이런 일은 수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우울증으로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애프터스쿨 리지
애프터스쿨 리지는 MBC '라디오스타'에서 "시트콤 때문에 SBS '런닝맨'에서 하차했는데, 하차 후 고정이 아닌 게스트라 보도돼 우울증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2AM 정진운은 SBS '정글의 법칙'에서 "한동안 슬럼프가 있었다. 2~3년 전 미국 투어 다녀온 뒤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이 와서 한 달 정도 잠도 못 잤다.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고 밝혔다. 빅뱅 지드래곤은 SBS '밤이면 밤마다'에서 "솔로 앨범 '하트브레이커' 표절 논란 이후 부모님이나 친구들 전화도 안 받고 피했다. 사람들을 볼 때 죄 지은 것이 없는데도 죄진 것 같은 느낌이었고 우울증 아닌 우울증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원조 아이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신화 전진, SS501 출신 허영생, H.O.T 출신 토니, 젝스키스 출신 이재진 등도 모두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차라리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는 쪽은 나은 편이다. 우울증을 이겨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하지만 우울증 증세가 심해져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거나 우울증을 넘어 조울증 증세를 보이는 멤버들, 가끔 친구와 통화만 하면 한 두시간을 말도 없이 울기만 하는 멤버들의 소식도 심심치 않게 전해져 관계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미지 관리나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 개인 시간이나 사적인 공간이 없다는 데 대한 압박감, 악플 등이 모두 우울감을 불러일으킨다. 스케줄이 없어도 힘들고, 방송 출연이나 공연 일정이 많아지면 체력적인 문제와 함께 언제 어떤 식으로 태도 논란을 비롯한 지적을 받을 지 몰라 항상 긍정적이고 웃는 모습만 보여 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끝이 없는 무한 경쟁이 아이돌을 불안하게 만든다. 한 관계자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크다. 지금 인기가 있더라도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일이고, 또 확 뜨지 않은 경우엔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지 바램만 있을 뿐 정해진 게 없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활동한다고 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바늘 구멍보다 작으니 기세가 꺾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활동하는 팀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위에 선배 가수들 혹은 톱 클래스 아이돌 그룹이 버티고 있고, 밑에선 새 얼굴들이 치고 올라오니 중간에 끼이게 된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달라지고 뒤늦게 데뷔한 팀들이 더 인기를 끄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런 점에서 많이들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보통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의 생활과 전혀 다르다. 남자들은 보통 군대에 가거나 대학 생활을 하고 여자들은 대학 다니며 연애도 하고 결혼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그런 게 전혀 없다. 하루종일 연습하고 운동하고, 방송에 출연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5년 후, 10년 후의 자기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게 큰 불안요소"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상상을 초월하는 부담과 압박 속에서 경쟁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조건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직접 말을 하지 않는한 다른 사람이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획사 차원에서 '멘탈 케어'를 위해 나서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등은 전문적인 상담 시스템을 운영한다.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도록 하거나 상담을 통해 심리적 불안감을 덜어내도록 돕는 식이다.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연습생 때부터 정기적으로 전문 상담가와 상담을 하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소속사 식구들이라고는 해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 등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돕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DR뮤직, 해피트라이브엔터테인먼트 등 대부분의 기획사에서는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달샤벳 포맨 등이 소속된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앨범 활동이 끝날 때마다 회사 대표 및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아쉬운 부분이나 서로 원하는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화이팅 하자고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소년공화국 소속사 해피트라이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얘기도 하고 개별 대화도 한다. 관계자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초심을 잃지 말자는 얘기도 하고 실력 향상을 위한 열정을 불어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금 특이한 방법으로 멤버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기도 한다. B.A.P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회사 매니저들과 운동을 한다. 축구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