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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는 국내 드라마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캐릭터가 분명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팜므파탈'은 드라마에서 없어서는 안될 요소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분위기다. 주인공이 악한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고 악녀도 그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경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악녀(惡女)와 선녀(善女)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SBS 주말극 '결혼의 여신'에서 송지혜(남상미)는 정혼자인 강태욱(김지훈)을 두고서도 김현우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도 강태욱과의 결혼을 강행해 불행의 씨앗을 만들어낸다. 또 홍혜정(이태란)은 오직 야망을 위해 3년 넘게 사귀던 남자친구를 차버리고 강태진(김정태)과 결혼하고 임신을 한다. 그는 결혼한 집안에서도 제 위치를 찾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홍혜전을 두고 무조건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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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악녀의 기준이 모호해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리얼리티'가 높아지면서 만들어진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전처럼 무조건 착한 주인공이 악녀들에게 당하다가 역전하는 스토리는 이제 시청자들에게 통하지 않는 시대다"라며 "악역에도 다 이유가 있어야 공감을 사고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때문에 악녀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짓만 일삼기보다는 악녀가 돼야하는 이유, 그리고 인간적인 면까지 부각시키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나쁜 주인공' '착한 악녀'가 자주 등장하자 드라마의 재미는 배가되는 형국이다. 때문에 무조건 '악녀는 악녀다워야한다'는 공식도 이제 용도 폐기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는 트렌드를 잘 짚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분위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