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이었어?' 모호해진 드라마속 악녀의 기준

기사입력 2013-08-13 10:18



'악녀'는 국내 드라마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캐릭터가 분명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팜므파탈'은 드라마에서 없어서는 안될 요소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분위기다. 주인공이 악한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고 악녀도 그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경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악녀(惡女)와 선녀(善女)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1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MBC 주말극 '금나와라 뚝딱'은 악녀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경계가 참 모호하다. 특히 주인공 정몽희의 캐릭터는 더없이 착하고 가족을 아끼는 인물이지만 사회 통념으로 지켜본다면 '불륜녀'다. 그것도 쌍둥이 언니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박현태(박서준)의 어머니 민영애는 언뜻 보면 '못된' 시어머니 같지만 꽤 여린 인물이다. 아들의 불륜녀가 재벌의 딸인 것을 알고 금새 돌아섰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듯 며느리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SBS 주말극 '결혼의 여신'에서 송지혜(남상미)는 정혼자인 강태욱(김지훈)을 두고서도 김현우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도 강태욱과의 결혼을 강행해 불행의 씨앗을 만들어낸다. 또 홍혜정(이태란)은 오직 야망을 위해 3년 넘게 사귀던 남자친구를 차버리고 강태진(김정태)과 결혼하고 임신을 한다. 그는 결혼한 집안에서도 제 위치를 찾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홍혜전을 두고 무조건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1일 종영한 MBC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도 마여진(고현정)은 '마녀'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불편한 선생님이다. 그는 이 캐릭터를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마지막 수업에서도 마여진은 제자들에게 "찌질대지마!"라고 외쳤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지금 마여진을 '악녀'라고 부르는 이들은 없다. 방식이 딱딱할 뿐이지 그는 제자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사진 제공 =삼화 네트웍스
이외에도 최근에는 많은 드라마에서 악녀들이 모호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이처럼 악녀의 기준이 모호해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리얼리티'가 높아지면서 만들어진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전처럼 무조건 착한 주인공이 악녀들에게 당하다가 역전하는 스토리는 이제 시청자들에게 통하지 않는 시대다"라며 "악역에도 다 이유가 있어야 공감을 사고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때문에 악녀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짓만 일삼기보다는 악녀가 돼야하는 이유, 그리고 인간적인 면까지 부각시키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나쁜 주인공' '착한 악녀'가 자주 등장하자 드라마의 재미는 배가되는 형국이다. 때문에 무조건 '악녀는 악녀다워야한다'는 공식도 이제 용도 폐기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는 트렌드를 잘 짚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분위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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