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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이 잘되기 힘들다는 징크스는 많이 알려져 있다. '응답하라 1994'(이하 1994)의 신원호 PD까지 "사실 '1994'를 시작할 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 바로 '응답하라 1997'(이하 1997)의 속편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잘될리가 없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는 또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 중 속편이 나온 것을 보면 전편과 같은 PD나 같은 작가가 한 작품이 없다"며 "어떤 PD도 속편을 하라고 하면 '안한다'고 할 것이다. 나는 월급받고 다니는 회사원이라 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전편의 성공을 등에 업고 진행되는 속편은 더 잘돼야 한다는,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는 부담을 숙명처럼 떠안고 있다.
하지만 '1994'는 시작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청자들을 '기만'(?)해놓고 미스터리를 시작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쓰레기(정우)가 마치 송나정(고아라)의 친오빠인 것처럼 한껏 분위기를 띄웠다. 송나정이 빨래를 위해 침대에서 쓰레기의 옷을 사정없이 벗기는 장면을 넣어 누구의 의심도 허락치 않았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쓰레기가 죽은 송나정 친오빠의 절친한 친구인 것이 밝혀졌고 마치 키스를 하는 듯한 신을 넣어 '야릇한'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현재로 돌아와서는 '누가 송나정의 남편일까 맞춰봐'라는 특유의 제안을 내놔 재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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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첫 방송에서 고아라는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듯 한껏 망가지며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였다. 술에 취해 쓰레기의 입술을 무는 장면이나 허리가 아파 집안을 기어다니고 짜장면을 '폭풍 흡입'하는 모습에서는 예쁘고 인형같기만 한 고아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PD는 "사실 예전에도 고아라의 연기는 나쁘진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했던 친구라 연기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작품이 잘 안 돼 사람들이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하더라"며 "오히려 그런 논란이 있다는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을 뒤집으면 파급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우 김성균 성동일 이일화 등 사투리 연기의 대가들이 대거 포진해 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의외성3. 다시 통하는 '복고'
'1994'는 또 '1997'에서 불과 3년 앞선 시점의 이야기가 다시 통하겠냐는 의심도 한순간 무너뜨렸다. 당시 '농구대잔치'를 오빠부대로 물들였던 연세대 농구부,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등장해 잔재미를 선사했다. 신촌역에서 독수리다방까지 택시로 2만원을 내는 삼천포(김성균), KFC에서 비스킷을 40개나 사는 해태(손호준) 등은 우스개 소리에서나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화면으로 보여줬다.
음악 역시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이승환의 '플란다스의 개' 등이 복고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서태지의 아이들의 '너에게'는 처음으로 리메이크돼 극중 러브 테마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의외성들로 인해 '1994'는 지나 19일 1회 평균 시청률 2.6%(이하 닐슨 코리아) 2회 2.3%를 기록했고 2030 여성층 순간 최고 시청률은 4.8%까지 치솟았다. 방송 후 검색어 순위 등 후폭풍도 거세다. 신 PD는 방송에 앞서 "사실 부담스럽다. KBS에서 '남자의 자격'을 할 때도 그렇고, '1997'을 할 때도 그렇고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이 '엄살'이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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