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MBC '라디오스타'의 네명의 MC들이 게스트들을 맞이한다. 김국진이 아빠처럼 게스트들의 문을 열어준다면, 윤종신은 참견 많은 엄마처럼 시시콜콜한 질문을 쏟아낸다. 김구라는 불편한 삼촌으로 게스트들을 떨게 한다면, 규현은 자기 앞 가림 못하는 아들로 등장해 구박을 받는다. 네 명의 MC들이 환상의 케미를 선보인다.
이처럼 든든한 MC들끼리의 케미가 최민수가 힙합가수 슬리피와 출연해도, 성악가 조수미가 엠블랙의 지오와 출연해도, 배우 김유미가 양배추와 출연하고, 외국인 예능인 크리스티나가 일반인 송호준과 출연해도 어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이 끝날 때 황당한 조합이 끈끈해지는 마법을 부린다. 덕분에 '라디오스타'는 스타들이 출연하고 싶은 대표 토크쇼로 자리매김했다.
'라디오스타'의 연출을 맡고 있는 전성호 PD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케미란 정말 중요한 요소다. 연출자로서 편집을 하다보면 순서를 바꿀 필요성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라디오스타'는 그런 게 없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다. 네 명의 MC들끼리 케미가 워낙 좋아서 당분간 이 조합을 깨트리고 싶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tvN '꽃보다 누나'도 마찬가지다. 방송 첫 회부터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의 환상 케미에 떠들썩하다.
나영석 PD는 "'꽃보다 누나'에서 케미는 절대적이다.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만큼 불편한 사람과 여행갈 수는 없지 않나. 예능 이라고 하지만 스타들이 여행을 가는 것이다"라며 "즐겁게 여행을 갔을 때 출연자들끼리 화학 반응도 잘 일어나서 프로그램도 잘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에서 '꽃보다 누나'의 캐스팅 과정은 꼼꼼했다. 서로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끼리는 붙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나 PD는 여행 촬영을 마치고, 출연자들끼리의 케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윤여정이 엄하지만 허술한 엄마, 김자옥이 4차원 이모님, 김희애가 조용하게 엄마와 이모, 동생들을 도와주는 선한 누나, 이미연이 성격은 드세지만 적극적인 왈가닥 누나, 이승기가 철부지 막내"라며 "'꽃할배' 때는 오랜 친구들끼리 우정 여행을 다뤘다면 '꽃누나'에서는 가족 여행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일까. '꽃보다 누나'는 첫 회만에 시청률 10%를 넘는 기염을 토하며 케이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하지만 케미가 제로인 프로그램도 있다. 김구라가 출연하는 JTBC의 간판 토크쇼 '썰전'이 그것이다. 게스트가 없이 오로지 MC들로만 구성된 '썰전'은 조화 보다는 의견이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캐스팅부터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밀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위주로 뽑았다. '썰전'의 김수아PD는 "촬영장에서 케미가 너무 좋지 않다는 말을 할 정도다. 너무 좋지 않아서 삐죽삐죽 나온 의견들을 수습하는 중재자가 따로 있을 정도다"며 "게스트가 없이 MC들의 다양한 의견 자체가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내용이고 성격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