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방송된 '감격시대'는 시청률 12.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초반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에 밀려 고전했으나 마무리는 깔끔하게 지은 셈. 이날 방송에서는 신정태(김현중)가 아버지와 연인 김옥련(진세연)의 원수를 갚고 방삼통의 영웅이 되고 첫사랑 가야(임수향)와 헤어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용두사미' 격으로 끝났고, 결국 배우들만 남았다.
시작은 화려했다. 24부작에 15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입했다. 한류스타 김현중을 비롯해 주조연 배우들 모두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 만남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각종 논란으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김재욱의 하차, 진세연 겹치기 출연 논란 등 소소한 문제들은 접어두고라도 출연료 미지급 논란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다. 제작사 레이앤모 측은 "정상적으로 지급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으나 8회 이후 하차한 김재욱이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다시 논란이 됐다. 이에 출연진 일부는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50억 대작'이란 홍보 문구가 무색해진 순간이다.
작가 교체 논란도 있었다. 2월 10일 메인작가였던 채승대가 10회를 끝으로 손을 놓고 박계옥 작가가 투입됐다. 그러나 "스토리가 더 디테일 해질 것"이라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극 초반을 이끌어간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신정태의 동생 사랑이다. 심장병이 있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돈 벌기에 혈안이 됐고, 그러면서 도비패에 들어가 투신 탄생 서막을 올렸다. 또 사라진 동생을 찾아나서면서 격전지 상하이까지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김옥련과 방삼통 사람들을 만난 뒤엔 이 핵심 감정선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또 하나, 가야의 비중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당초 아버지의 원수라 서로를 오해하며 신정태와 애증의 관계를 형성해야 했던 역할이지만 감정에 이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냉정한 여자 코스프레를 하는 정도에 그쳐버렸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데 성공한 정도다. 플롯의 치밀함보다 감정이 우선되고 스타일이 강하며 여성은 축소된 역할만을 수행한다는 점 등이 80년대 홍콩 느와르와 비슷했지만 무게감은 떨어졌다.
그러나 배우만은 남았다. 곽동연 주다영 지우 등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호평받았다. 김갑수 최일화 등 연기의 달인들은 물론 조달환 김성오 등도 존재감을 어필했다. 진세연 역시 사랑스럽고 밝은 이미지로 주가를 올렸고, 송재림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 모일화를 완벽 소화하면서 호평받았다. 특히 김현중의 성장이 반가웠다. 2009년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 역을 맡은 뒤 그의 이미지는 '지후 선배'로 굳어졌다. 꽃미남 이미지에 갇혀있던 그가 껍질을 깨고 나온 계기가 된 게 '감격시대'였다. 짧은 머리에 남루한 옷차림, 얼굴엔 늘 상처가 가득했지만 강렬한 눈빛으로 거친 싸움꾼으로서의 매력을 뽐냈다. 그러면서도 가야와 김옥련 사이에서 애틋한 멜로 연기를 펼쳐냈고,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의 실종에 오열하는 연기로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감격시대' 후속으로는 음모에 휘말려 가족을 잃은 남자의 복수극을 그린 '골든 크로스'가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