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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안방극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2주 만에 전파를 탄 MBC와 SBS의 주말 드라마. 양자 대결의 판세가 바뀌었다.
이뿐만 아니다. 오후 9시대 주말드라마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SBS '기분 좋은 날'은 1회 시청률 8.8%, 2회 시청률 10.0%를 기록하며 순항을 시작했다. 전작 '열애'의 첫 방송 시청률(6.6%)뿐만 아니라 47회 전체 평균 시청률(7.3%)보다도 높은 수치다. '기분 좋은 날'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미리 예정돼 있던 제작발표회를 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첫 방송도 연기됐다. 앞서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편성과 손연재 선수의 리듬체조 중계 때문에 편성이 늦어져 전작 '열애'가 종영한 후 한 달만에 전파를 탔다.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 적극적인 홍보도 하지 못했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기분 좋은 날'의 선전은 예상 밖이다. 더구나 MBC가 '금나와라 뚝딱'과 '사랑해서 남주나'를 연달아 성공시키는 동안 SBS 9시대 주말드라마는 1년 넘게 극심한 부진을 겪었기에 더욱 고무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시청자의 시각 변화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시청률 역전 현상이 세월호 사고 이후에 벌어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세월호 참사 속에 온 국민은 희생자와 그 가족과 함께 분노하고 아파했다. 웃을 수 없는 비극적이고 암담한 현실에 집단 우울증이 걸릴 지경이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자극적인 설정과 막장 드라마가 끌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대통령과 권력층의 비열한 음모가 등장하는 SBS '신의 선물-14일'과 '쓰리데이즈', KBS2 '골든 크로스'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거부감과 비슷한 맥락이다.
반대로 시청자들은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따뜻한 드라마를 찾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엔젤 아이즈'와 '기분 좋은 날' 반등의 배경이다. 이들은 '착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엔젤 아이즈'는 12년 전 안타까운 가족사로 이별한 두 남녀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 서로에게 다가가는 이야기가 애틋함을 자아내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등장인물의 직업이 응급구조대원과 의사라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휴머니즘이 느껴진다. '기분 좋은 날'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인 엄마와 세 딸을 주인공으로 소시민의 진솔한 이야기와 로맨스를 재치 있게 버무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두 드라마가 보여주는 따뜻한 감성에 호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우울함과 무력함을 겪고 있는 시청자들이 위로 받을 대상을 찾고 있다"면서 "'엔젤 아이즈'와 '기분 좋은 날'이 선전하는 데는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벗어나 치유를 얻고자 하는 심리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