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시청률 경쟁 속에 서로 유리한 시간을 선점하려는 눈치 작전이 '고지전'을 방불케 한다.
30일 SBS는 8월3일부터 방송되는 '일요일이 좋다' 방송 시작 시간을 4시5분으로 당기기로 했다. 이는 KBS와 MBC 일요 예능 프로그램이 애당초 4시10분에 시작했던 것과 비교해 5분 당겨진 시간이다. 방송 3사 일요 저녁 예능 프로그램의 늘리기 전쟁. 매주 엎치락 뒷치락하는 시청률 경쟁 탓이다. 피말리는 전쟁이 지속되면서 단 5분이라도 늘리려는 시도가 죄수의 딜레마처럼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편성을 놓고 벌이는 눈치 작전. 자칫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괴로운 당사자는 일선 PD들. 오후 8시 뉴스와 드라마가 방송될 때까지 무려 4시간 가까운 프로그램 시간을 끼워맞추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한 일선 PD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시청자라고 해도 200여 분에 가까운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일은 곤혹이다"라며 "아무래도 양적으로 압박감이 심해지다보니 방송 사고도 빈번해질 수밖에 없고, 방송 사고도 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이런 경향으로 인해 3사의 실력있는 PD들이 주말 예능을 기피하기까지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당분간 이같은 분 단위 편성 전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방송사 광고 수익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월드컵 광고 적자가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방송사 측에서는 광고 단가가 높은 일요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유독 예민할 수 밖에 없다. 딜레마 국면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룰을 정해 합의하면 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 KBS 는 3사 예능 프로그램 편성 시간을 줄이자는 합의를 거부했다. 편성은 방송사의 고유 권한인만큼 3사가 합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SBS의 결정은 MBC의 선제 조치에 의해 영향을 받은 탓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MBC는 지난 27일 4시 10분에서 4시로 10분을 앞당겨 확대 편성한 바 있다. SBS 측에 상당한 압박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