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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속 '비겁한 도망자'로 묘사된 배설 논란. 점입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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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과 논 픽션 물. 차이가 있다. 사실만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논 픽션물에는 상상력의 여지가 없다. 대표적으로 다큐멘터리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소설과 시나리오는 다르다. 픽션의 영역이다. 상상의 영역이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 문제는 그 범위다. 일정 수위를 넘는 순간 제한을 받는다.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단, 사회가 민주화될 수록 그 제한의 폭은 좁아진다. 연령 제한을 둘 지언정 아예 원천봉쇄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사상이나 가치 판단 문제에 있어서 국가적 제한의 영역은 줄어드는 추세다. 영상, 출판물에 대한 검열완화의 역사를 생각하면 간단히 이해된다.
다만, 최근 문제는 국가vs 개인의 충돌이 아니다. '배설 논란'처럼 개인 vs 개인의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판단도, 조정도 어려운 부분이다. 이번 사건 처럼 역사물의 경우 '실명' 사용 여부는 민감한 이슈일 수 있다. 일단 '허구적 요소'가 있음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와 실존 인물의 실명 사용이란 이해 관계가 팽팽히 맞선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란 주장과 '실명 사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실로 받아들여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이 양립할 여지가 있다.
제작사는 '우리들의 결정이 앞으로 수많은 창작자들과 역사가, 학계 그리고 앞으로의 관객들이 보게 될 새로운 역사물 등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선례' 문제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제작사 입장 발표에는 영화 상영 전 미리 전제한 '허구'의 적용 폭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면 자유로운 '표현'을 제한해 창작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하지만 배설 후손 측에서는 허위사실로 인해 '문중의 명예'가 명백히 훼손 됐다는 입장이다. 영화 속에서 배설은 한척 남은 거북선을 불태우고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후 도망치다 화살에 맞고 죽음을 맞이 한다. 사료에 따르면 이는 허구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거북선은 이미 모두 소실돼 없었다. 암살 기도 또한 기록에 없는 사실이다. 사료 속에서 배설은 명량해전을 앞두고 1597년 신병 치료를 이유로 이순신의 허락 하에 진영을 이탈했다가 수배를 받는다. 이후 군법에 의거 참형당했지만 사후 무공을 인정받아 선무원종공신 1등에 책록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