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이정재"흥행 배우가 1순위, 난 그 다음이었다"②

기사입력 2014-11-24 08:33



정상에 우뚝 선 배우 이정재. 현 위치까지 하루 아침에 오른 건 아니다.

늘 승승장구했을 것만 같지만 고난도 있었다. 한때 하는 일 마다 안될 때가 있었다. 드라마가 그랬다. 최지우와 주연을 맡은 '에어시티(2007)', 민효린과 호흡을 맞춘 '트리플(2009)'이 부진했다. 설상가상 이 무렵 영화까지 흔들렸다. 장동건과 호흡을 맞춘 블록버스터 '태풍(2005)'과 여균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724 기방난동사건(2008)'이 신통찮은 성적표를 던졌다.

'하녀(2010)'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기 전 5~6년 간 이정재를 단련시킨 시련의 시기. 궁금했다. (이하 '일문일답')

-예전에 비해 변화가 느껴지지 않나. 청춘스타 때는 길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었을까.

그렇다. 그때는 길 거리를 돌아다닐 수 없었다. 지금은. 하하. 아무 곳이나 다 돌아다닌다. 예전에는 짧은 거리도 뛰어다녔다면 이제는 그냥 편하게 다닌다. 과거에 비하면 지금이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영화 제작 현장도 큰 변화가 있지 않았나.

영화 제작 시스템에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산업으로 커졌다. 비단 첨단 산업만 말하는 게 아니다. 투명해진 부분도 있고, 예전에는 금전 관리 부분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는 많이 좋아진 편이다.

-세월이 변하면서 배우들도 다작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아무래도 시스템이 첨단화 되면서 다양한 영화에 참여할 기회가 커진 것 아니겠는가.


재미난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도둑들'을 촬영할 때 홍콩 배우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 '이번에는 프로듀서를 맡았다'고 말이다. 배우가 연기 뿐 아니라, 연출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영역에 제한이 없다고 할까. 그런 인식이 너무 부럽다. 그런 면에서 하정우가 연출하고, 정우성이 제작하고, 이런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활동했던 경험이 프로젝트에 연출자나 제작자로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배우 이정재가 영화 '태양은 없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수상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한석규와 이재은이 각각 신인남우상과 신인여우상, 정우상과 심은하가 인기상을 수상했다.스포츠조선DB.
-이런 변화를 겪는 동안 배우 이정재도 고비가 있지 않았을까.

힘들었다. '하녀' 전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개봉했던 영화들이 큰 영화이건 작은 영화이건 잘 안됐다. 흥행 여부보다 안타까운 건 한 번 안되는 배우들에게 더 이상 좋은 시나리오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흥행 배우들에게만 좋은 시나리오가 몰리고, 다들 거절한 뒤에야 내 차례가 왔다. 당연히 좋은 시나리오가 오기 힘들었다. 그래서 2년을 쉬게 되고,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시나리오를 고르는 게 까다롭다란 말까지 들어야 했다.

-감독이나 제작자 입장에서 모험을 건다는 게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렇다. 나에 대한 한정된 이미지가 있었고, 영화에서 흥행적으로 불신이 몇 년 동안 있었다고 본다. 그때는 그냥 참고 넘겼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자 배우의 전성기는 40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 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나이가 있는 깊이 있는 남자 주인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내게도 어려서보다 요즘들어 더욱 많은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신세계'나 '하녀', '관상'의 캐릭터가 다 그렇지 않은가. 요즘 재밌는 캐릭터가 참 많이 들어온다.

-'빅매치'도 그 중 하나인가.

'빅매치'는 글쎄…. 흥행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필모그래피에서 꽤 재밌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했어야 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운동량이 엄청나다.

-극 중에서 복근 공개도 하지 않나. 여전히 20대라고 해도 믿을 외모라 생각하지 않나.

느슨해지고 싶진 않긴 하다. 내가 40대 인데 언젠가 더는 유지할 수 없을 때가 올거라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불안감은 전혀 없다. 하지만 관객들이 나란 배우, 이정재에게 원하는 것이라 믿으니까. 어리고 젊었을 때는 관객들의 취향을 끌고 간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나이가 들수록 관객들의 취향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빅매치'같은 화끈한 액션 영화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매진했다. 어깨 인대가 끊어질 정도로 했으니 최선을 다했다.

- 마지막으로 묻겠다. 세 번이나 청룡영화상 본상을 거머쥐었는데 또 받고 싶나?

(악수를 청하며) 준다면 기꺼이…. 나는 상을 받는 것보다 매년 노미네이트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열심히 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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