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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은 다르다. 여느 평범한 20대 여배우와는 살짝 다른 길을 걸었다. 필모그래피부터 범상치 않다. '여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그닥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작품마다 '배우'로서 특별한 존재감이 드러난다. 영화 '박쥐', '고지전', '시체가 돌아왔다', '여배우들', '다세포소녀' 등. 그래서 김옥빈에겐 '개성파', '연기파'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렸다.
"'유나의 거리'는 일상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이에요. 그동안 연기했던 독특한 캐릭터들에 조금 질려 있었거든요. 유나는 내면에 원망과 분노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따르는 후배도 많고 밝게 자란 아이예요. 소매치기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요. 이를테면 도둑질은 하지만 강도질은 안 된다든가 하는 것들요. 작가님의 글이 따뜻해서 제가 치유를 많이 받았어요. 대본을 보고 있으면 소주 한잔이 생각나곤 했어요. (웃음) 제가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이들처럼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어요. 제겐 멘토 같은 작품이었죠."
김옥빈도 드라마 때문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 매회 즉각적으로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접하는 일이 즐거웠다. 촬영을 마치고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어서 연기에 대한 만족감도 컸다. 그렇게 세상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자신을 가둔 벽이 조금씩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팬들이 보내준 보약 선물을 받고는 '나에게도 이런 팬들이 있었구나, 한참이나 잊고 살았구나, 꼭꼭 챙겨먹고 힘내야지' 하고 새삼 고마움을 깨닫기도 했다.
"예전엔 제가 좀 어리기도 했고, 연기만 하고 싶은데 자꾸만 신경 쓰이는 것들이 많아지니까 스스로 방어막을 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편해졌어요. 세상 사람들이 다 저를 좋아할 순 없는 거잖아요. 팬들도 요즘 그래요. 제 인상이 순해졌다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의미 없어요. 먼 미래보다는 지금에 충실하면서 재밌게 살고 싶어요."
그래서일까. 음악 취향도 바뀌었다. 한때 펑크 음악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김옥빈이 요즘엔 국악과 클래식을 듣는단다. 라디오 주파수 93.1 KBS 클래식 채널 마니아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DJ도 있어요!" 목소리가 한껏 들뜬다.
"요즘 생활이 너무 행복해요. 하루 종일 쉬고, 음악 듣고, 무엇보다 알람 시계에 맞춰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게 너~무 좋아요. 여행하고 책도 보고 충전하려고요. 내면을 꼭꼭 채워야 다시 저만의 무언가를 연기로 꺼내놓을 수 있을 테니까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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