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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식곤증에 나른해지는 시간. 하지만 MBC 라디오 스튜디오가 위치한 상암동 신사옥 10층은 하품 한번 할 겨를도 없이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들썩인다. 표준FM '두시만세'가 데시벨을 한껏 올리며 활기찬 출발을 알렸다.
DJ 콜라보레이션 중에서도 양희은과 박준형 조합은 뜻밖이다. 두 사람도 "허를 찌르는 파격적인 조합 아니냐"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오프닝 첫 곡이 성시경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다. 이 또한 허를 찌르는 선곡이다.
방송을 마친 후 만난 박준형은 "양희은 선배가 워낙 사연을 잘 읽으시는 건 알았지만 콩트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며 "첫 문장만 듣고도 오늘 대박날 줄 알았다"고 했다. 양희은은 "다들 내가 무서운 사람인 줄 아는데 원래 나는 웃긴 사람"이라며 "이런 컨셉트의 방송은 처음인데 포맷이 다르니까 너무 재밌다. 왜 바람 나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농담 섞인 소감을 전했다.
'두시만세'는 SBS 라디오 '컬투쇼'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컬투쇼' 때문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이 시간대가 '두시만세' 덕분에 살아나고 있다. 표준FM의 1년차 막내 DJ 박준형은 "최근에 '두시만세'가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 전국 6등을 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 '1등이 코앞이다'가 우리의 구호다. '두시만세 포레버'를 늘 외친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양희은도 "잘했어~"라며 후배 DJ를 흐뭇한 눈길로 바라봤다.
양희은은 지난 16년간 '여성시대'를 지켜왔다. 내년 40주년을 맞는 '여성시대'의 최장수 DJ. 그 자신도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고 했다. 양희은은 "처음 '여성시대' DJ를 할 땐 내가 갱년기였는데 청취자들 사연을 접하다 보니 우울증 비슷한 증상이 생겼다. 방송 전에는 공원이나 한강 둔치에서 꼭 바람을 쐬곤 했다. 사연을 소개한다고 그 사람의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그러다 어느날 깨달았다. 사연을 보낼 만큼의 용기도 없어서 자기 얘기를 못하고 있는 누군가가 라디오를 들으면서 자기 객관화를 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연대가 상상 이상으로 커다랗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더라. 그래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라디오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시만세'의 엔딩곡은 양희은의 신곡 '나영이네 냉장고'. 집밥을 못 먹는 고달픈 청춘들을 위로하는 노래다. 그리고 이날 양희은과 함께 한 '두시만세'는 집밥보다 더 든든한 위로를 전했다. 양희은은 "늘 아침 일찍 나오느라 남편과 아침밥도 못 먹었는데 오늘은 택배도 받고 강아지 산책도 하고 빨래도 했다"며 웃었다. 박준형은 "내가 원래 잘 받쳐주는 카페트 같은 진행자"라고 장난스럽게 자화자찬하며 "평소 양희은 선배의 팬이었는데 함께 진행을 해서 기뻤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며 특별한 하루를 마감하는 두 사람. 다시 정경미 곁으로 돌아간 박준형은 '두시만세' 사전녹음 스튜디오로 향했고, 양희은은 푸근한 웃음과 함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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