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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배우들에게 만족할 만한 연기란 없다. 그들에게 연기자로서 첫 술을 뜨고, 씹어먹고, 소화시켜 배설까지 해내야 하는 과정은 결코 쉬울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족도 없고, 의심이 든다. '내가 과연 잘한 걸까.' 특히 첫 영화로 높은 평가를 받기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도 봉준호 심성보 감독의 '해무'라는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서 말이다. 박유천은 이 지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연기자로서 자신이 없을 때가 있다. 요즘도 악몽을 꿔서 깨는게 뭐냐면, 스태프들도 연기자들도 다들 있는데, 액션을 하는데, 내가 아무것도 못하더라. 버벅거리고 있는 거다. 그러다 깬다. 무섭다. 초반에는 무엇인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게 연기였는데, 그런 상황이 익숙해지고, 하게 됐는데도, 카메라 앞에 서는 그 시간이 두려울 때가 있다. 내가 온전히 감정을 실어서 연기하고 있는지 가끔 의심이 들고, 그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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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를 준비하면서 낮술을 먹은 적이 있다. 3층에서 북어국을 먹는데, 감독님, 선배님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 그래서 1층까지 몇 번이나 내려갔다 왔다. 그렇게 몇 번을 가니까, 선배들이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선배들과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니 선배들도 좋아하더라. 그때 알았다. 어렸을 때는 선배들이 계시면 모든게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이제는 예의 있게 감독님과 선배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그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리곤 과거 에피소드를 꺼냈다. "처음 '성균관 스캔들' 했을 때였나. 그때는 대본을 달달 외워갔다. 모든 걸 준비했다고 하지만 '잘해야지'하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근데 현장에 가서 조금만 다르게 진행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정말 아무 것도 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옥탑방 왕세자'부터는 상대와의 호흡에 더 맞춘다. 혼자 읽을 때와 상대 배우와 읽을 때는 너무 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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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를 촬영하면서 선배님들과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다. '해무'가 명절 때 방송되면 참 좋겠다. 10년 쯤 뒤에도 온 가족이 함께 할 때 문득 TV를 틀었는데, '해무'가 나오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19금 영화라 가족 시간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말에 박유천은 "새벽 시간에 틀어야 한다"며 웃었다.
얼마 전 '해무'의 촬영지로 스태프들을 데리고 갑작스런 여행을 갔단다. "뜬금 없지만 거제도를 다시 한 번 갔다. 거기 바다와 포장마차가 그리웠다. 촬영하면서 갔던 식당도 가고, 오랜만에 가니까 솔주(소나무 술), 그것도 주더라."
청룡영화상이 끝나고 관계자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박유천은 알까. 그가 온전히 자신의 연기로만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그의 팬덤이나, 대작에 출연해서가 아니라 그가 표현해낸 동식이를 통해 수상했다는 사실을 그가 알길 바란다. 물론 이 결과는 자만이 아닌 의심하는 배우에게 온 자격이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