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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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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쎄시봉'이 몇몇 네티즌들의 맹폭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영화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문제를 들고 트집을 잡는 모양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의 영화 평점에서 많은 네티즌들은 '쎄시봉'에 10점 만점에 1점을 줬다. 함께 붙은 댓글에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출연배우 한효주에 대한 악플이 대부분이다. 다른 영화 관련 사이트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영화에 대한 평가를 보고싶어 접속한 일반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섣불리 영화에 대해 오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지난 2013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한 일명 '김일병 자살 사건'이다. 군복무중이던 한효주의 남동생이 이 사건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건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사건에 대해 개인 재판을 내리고 있다. 일종의 '마녀사냥'인 셈이다.
이번 사건은 당사자가 아니면 제대로 알수 없는 상당히 미묘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재단하듯 뚝 잘라 누가 잘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의 악플러들이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악플을 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악플러들은 '연좌제'를 적용해 한효주를 타깃으로 삼았다. 동생이 잘못했으니 유명인인 누나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그 동생은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능력이 있는 법적 성인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이런 주장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나오기 힘든 해괴망칙한 발상"이라며 "한효주의 입장에서 보면 사법부가 기소유예한 사건에 대해 본인이 직접 검사 판사가 돼 '유죄' 결정을 하고 사과를 해야된다는 말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더군다나 영화 '쎄시봉'은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 영화의 잘못도 아닌 문제로 수백명의 배우 스태프들이 투입된 피와 땀의 결정체가 무차별 공격을 당하고 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완성도 면에서 큰 이견은 없는 편이다. 깔끔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이 곁들여진 로맨스물인 까닭이다. 게다가 한효주는 '쎄시봉'에서 누구 못지 않게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영화는 악플러들의 공격으로 인해 개봉도 하기 전에 평점부터 초토화됐다. 그리고 잘못된 입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은 스태프의 노고가 깡그리 무시되고 있는 상황. 한효주 외 출연배우들도 벙어리 냉가슴이다. '응답하라 1994'로 스타덤에 오른 뒤 선택한 첫 작품인 '쎄시봉'으로 스크린 장악에 나선 정우는 무슨 잘못이 있을까. '미생'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후 '쎄시봉'과 '순수의 시대'에 연이어 출연하며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는 강하늘은 과연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하나. 생애 첫 주연급으로 발탁돼 신인답지 않은 연기를 선보인 조복래는 이 현상을 단지 불운으로 돌려야할까.
이에 대해 한 게시판에 아이디 'yu88****'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나는 한효주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의 태도가 정말 이해가 안간다. 한효주가 공인이건 뭐건 동생이 잘못한걸 기자회견에서 자기가 해명하는게 말이 되는가. 도대체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로 사람을 비난할까"라고 지적했다. 악플러들은 한효주를 억지로 '마녀재판'정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효주가 직접 나서 "제 동생 잘못이니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사과해야 이같은 비 상식적 평가가 멈춰질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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