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K-무비, K-팝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들떠있다. 화려함만큼이나 치열함이 공존하고, 창의력만큼이나 지구력도 요하는 세상이 패션계다. 패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조선은 톱모델 겸 배우 이영진과 마주 앉았다. 2015년 '떡국열차'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신을 내어놓는 것에 주저 없는 이영진이 그의 패션인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네 번째 주자는 젊은 K-패션의 대표로 부상 중인 디자이너 윤춘호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네 번째 인터뷰, 윤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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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윤춘호와 마주한 이영진.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그녀 역시도 윤춘호의 활력을 궁금해했다.
이영진(이하 이)-이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네요. 최근 W호텔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하게 된 거죠?
윤춘호(이하 윤) : 작년부터 W호텔 쪽이 패션 분야와 협업을 시작했어요. 지난해의 경우, 패션쇼를 했었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번에는 호텔 셰프들이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보고 영감을 받아 요리를 만들었어요.
이-기분이 색달랐을 것 같아요. 컬렉션 의상의 컬러가 레드&화이트였는데 W호텔과의 콘셉트와도 딱 맞더라고요. 패션과 음식의 콜라보가 절묘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윤:맞아요. 바와 로비와 잘 어울렸어요. 그리고 한편, 출세한 기분도 들었죠(웃음). 호텔이라는 공간도 재미있었고, 동시에 의류와의 콜라보가 아니라 음식과 콜라보라니 생소하면서 신기했어요.
이-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샤이니가 아르케의 옷을 입고 공연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어요.
윤:SM 아티스트들이 아르케 옷을 많이 입는 편이에요. 샤이니의 경우는 도쿄돔에서 콘서트 할 때 의상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또 계기가 되어서 한국의 문화광광부와 브라질 쪽이 함께 K-POP 패션쇼 공연을 진행할 때 샤이니와 콜라보를 하게 된 거죠.
이-한국 디자이너 중 4명이 참가했다고 들었어요. 한 분은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 또 다른 분은 한복 디자이너였다죠.
윤:네. 그리고 여성복에서는 제가, 남성복에서는 또 다른 디자이너가 참가했어요.
이-국가 대표 같은 느낌이었겠어요.
윤: SM에서 추천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예정된 일정과 겹쳐 참가하지는 못했고, 옷만 보냈죠.
이-윤춘호 디자이너는 아담하고 어려 보이는 한편, 활동하는 스타일은 대범해요. 영역 확장에도 거침없고요.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거죠?
윤: 어렸을 때 미용실에서 잡지를 볼 때면 항상 앙드레 김 선생님의 화보를 봤었어요. 막연히 동경하기 시작했죠.
이-그 당시 앙드레 김 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요.
윤:어린 마음에 화려함이 좋았어요. 미스코리아 같은 느낌? 드레시한 느낌을 좋아했었기에 더더욱 앙드레김 선생님에 대한 동경이 커졌죠.
이-그러고보니 아르케는 페미닌하잖아요. 영향을 받았겠네요.
윤:그럴 수 있어요. 저는 지금도 앙드레 김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그 브랜드를 이어나갈 디렉터가 없는 것이 아쉬워요. 외국처럼 후계 구도를 만들어 두고 가셨더라면, 그래서 그 브랜드를 살려나갔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있어요. 앙드레김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브랜드에요. 전국민이 알만한 브랜드 파워, 상징적인 디자이너가 지금까지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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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생각보다 공부를 잘 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집에서 미술하는 것을 싫어했죠. 초등학생부터 미술을 했지만, 부모님 반대로 그만두고 공부를 했죠. 그러다 수능시험이 유난히 쉬운 해에 입시의 희생양이 되어 재수를 하게 됐는데, 이렇게 된 바에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했죠. 부모님을 설득하고 선긋기 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이-미술 공부를 늦게 시작했다고 하지만, 세종대 패션디자인학과 재학 시절 교수가 유독 예뻐하던 제자였고 또 학부시절 출전하는 콘테스트마다 수상을 했다고요. 타고난 재능이 있었네요.
윤: 5개월 만에 급성장하면서, 미술입시를 치루게 됐죠(웃음). 대학교 3학년 1학기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군입대 전에 뚜렷한 성과를 하나라도 얻고 가자 싶어 콘테스트란 콘테스트는 다 나갔어요. 그러다 대한민국 패션대전에서 수상을 했어요. 1등의 경우 밀라노 유학이라는 부상이 있는데, 1등 하신 분이 유학을 갔다오신 분이라 양보를 하셔서 제가 가게 됐죠. 사실 유학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가게 된 것이라 너무 좋았어요. 많이 못 논 것이 아쉽지만요(웃음). 유학간 마랑고니 패션스쿨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이-유학시절 성과는 무엇이 있었나요?
윤:제가 한국에서 해오던 디자인은 너무 과한 것이었는데, 밀라노에서 만난 선생님이 정리를 해주셨어요. 과거의 저는 디자인을 할 때, 이 옷을 누가 입을지에 대한 기초적인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다소 과한 디자인이 나오기도 했는데 밀라노에서는 그런 것들이 용납이 안됐어요. 디테일에 대해 설명을 하지 못하면 안되는 거였죠.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을 많이 걸러낼 수 있었어요.
이-밀라노에 간 것이 벌써 10년 전이죠. 그 때와 지금, 한국 패션은 차이가 많이 있죠?
윤: 많죠. 그 당시에는 시대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모던해졌죠. 하지만 당시에는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맥퀸, 존 갈리아노가 유행하는 등, 분위기 자체가 과했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가 한 편 그립기도 해요.
이-지금 너무 웨어러블해지면서 재미가 없어진 측면이 있어요.
윤: 한국의 경우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어요. 세일즈를 위한 옷들이 과한데다 시장도 작다보니까, 다양성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요즘 해외 컬렉션을 보면 다시 그 때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이-지금 옷을 구매하는 세대가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이들이 4050이 되면 다양성이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이 과도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윤: 맞아요. 또 한편 한국패션의 강점이 확실히 생겼는데, 한류라는 큰 문화의 줄기 속에 패션이 접목이 되게 됐어요. 옷 하나로만 나가기에는 경쟁하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 우리나라는 한류가 있어 아무래도 강점이 있죠. 실제 아르케도 중국 바이어들이 좋아해요. 아무래도 한국 브랜드라는 것 자체로 메리트를 가지고 한류스타가 입으면 시너지가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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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꿈이에요. 사실 패션 디자인의 경우,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억지스럽게 제 자신을 바꿔가면서 디자이너로 남기 위해 디자인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신 나중에는 트렌디한 느낌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최근 구상 중인 작품의 내용은 극비에요.(일동 웃음)
이-2015 F/W 서울컬렉션에서의 아르케의 변화를 직접 알려준다면요.
윤: 패턴을 없앴어요. 그동안은 시즌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프린팅을 사용했는데 프린트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죠. '프린트 없이 아르케의 느낌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또 제 나름의 도전이 되기도 했어요. 일종의 자신과의 싸움이었죠.
이-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준다면요.
윤:뻔한 말이지만 항상 발전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또 해외 시장을 넓히고 싶고요.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