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윤춘호, 패션계의 재기발랄한 크리에이터

기사입력 2015-06-01 06:04


K-드라마, K-무비, K-팝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들떠있다. 화려함만큼이나 치열함이 공존하고, 창의력만큼이나 지구력도 요하는 세상이 패션계다. 패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조선은 톱모델 겸 배우 이영진과 마주 앉았다. 2015년 '떡국열차'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신을 내어놓는 것에 주저 없는 이영진이 그의 패션인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네 번째 주자는 젊은 K-패션의 대표로 부상 중인 디자이너 윤춘호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네 번째 인터뷰, 윤춘호


모델 이영진이 만난 패션 피플 '디자이너 윤춘호'윤춘호 디자이너와 이영진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5.04.28
윤춘호는 자기애가 강하고 섬세하다. 디자이너의 성향은 그의 옷에도 선연하게 드러난다. 그의 옷은 지극히 여성적이나 또 한 편 강한 에고를 드러낸다. 그렇지만 윤춘호가 특별한 이유는 그 다음에 있다. 그는 자기가 구축한 세계 안에 갇혀 있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다. 유머러스하고 활기차며 무엇보다 타인으로 하여금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그런 윤춘호와 마주한 이영진.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그녀 역시도 윤춘호의 활력을 궁금해했다.

이영진(이하 이)-이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네요. 최근 W호텔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하게 된 거죠?

윤춘호(이하 윤) : 작년부터 W호텔 쪽이 패션 분야와 협업을 시작했어요. 지난해의 경우, 패션쇼를 했었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번에는 호텔 셰프들이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보고 영감을 받아 요리를 만들었어요.

이-기분이 색달랐을 것 같아요. 컬렉션 의상의 컬러가 레드&화이트였는데 W호텔과의 콘셉트와도 딱 맞더라고요. 패션과 음식의 콜라보가 절묘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윤:맞아요. 바와 로비와 잘 어울렸어요. 그리고 한편, 출세한 기분도 들었죠(웃음). 호텔이라는 공간도 재미있었고, 동시에 의류와의 콜라보가 아니라 음식과 콜라보라니 생소하면서 신기했어요.

이-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샤이니가 아르케의 옷을 입고 공연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어요.

윤:SM 아티스트들이 아르케 옷을 많이 입는 편이에요. 샤이니의 경우는 도쿄돔에서 콘서트 할 때 의상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또 계기가 되어서 한국의 문화광광부와 브라질 쪽이 함께 K-POP 패션쇼 공연을 진행할 때 샤이니와 콜라보를 하게 된 거죠.



이-한국 디자이너 중 4명이 참가했다고 들었어요. 한 분은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 또 다른 분은 한복 디자이너였다죠.

윤:네. 그리고 여성복에서는 제가, 남성복에서는 또 다른 디자이너가 참가했어요.

이-국가 대표 같은 느낌이었겠어요.

윤: SM에서 추천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예정된 일정과 겹쳐 참가하지는 못했고, 옷만 보냈죠.

이-윤춘호 디자이너는 아담하고 어려 보이는 한편, 활동하는 스타일은 대범해요. 영역 확장에도 거침없고요.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거죠?

윤: 어렸을 때 미용실에서 잡지를 볼 때면 항상 앙드레 김 선생님의 화보를 봤었어요. 막연히 동경하기 시작했죠.

이-그 당시 앙드레 김 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요.

윤:어린 마음에 화려함이 좋았어요. 미스코리아 같은 느낌? 드레시한 느낌을 좋아했었기에 더더욱 앙드레김 선생님에 대한 동경이 커졌죠.

이-그러고보니 아르케는 페미닌하잖아요. 영향을 받았겠네요.

윤:그럴 수 있어요. 저는 지금도 앙드레 김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그 브랜드를 이어나갈 디렉터가 없는 것이 아쉬워요. 외국처럼 후계 구도를 만들어 두고 가셨더라면, 그래서 그 브랜드를 살려나갔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있어요. 앙드레김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브랜드에요. 전국민이 알만한 브랜드 파워, 상징적인 디자이너가 지금까지도 없잖아요.


모델 이영진이 만난 패션 피플 '디자이너 윤춘호'
윤춘호 디자이너와 이영진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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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니, 그런데 의외로 공대에 진학하려다 뒤늦게 미술 공부를 하게 됐다고요.

윤: 생각보다 공부를 잘 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집에서 미술하는 것을 싫어했죠. 초등학생부터 미술을 했지만, 부모님 반대로 그만두고 공부를 했죠. 그러다 수능시험이 유난히 쉬운 해에 입시의 희생양이 되어 재수를 하게 됐는데, 이렇게 된 바에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했죠. 부모님을 설득하고 선긋기 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이-미술 공부를 늦게 시작했다고 하지만, 세종대 패션디자인학과 재학 시절 교수가 유독 예뻐하던 제자였고 또 학부시절 출전하는 콘테스트마다 수상을 했다고요. 타고난 재능이 있었네요.

윤: 5개월 만에 급성장하면서, 미술입시를 치루게 됐죠(웃음). 대학교 3학년 1학기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군입대 전에 뚜렷한 성과를 하나라도 얻고 가자 싶어 콘테스트란 콘테스트는 다 나갔어요. 그러다 대한민국 패션대전에서 수상을 했어요. 1등의 경우 밀라노 유학이라는 부상이 있는데, 1등 하신 분이 유학을 갔다오신 분이라 양보를 하셔서 제가 가게 됐죠. 사실 유학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가게 된 것이라 너무 좋았어요. 많이 못 논 것이 아쉽지만요(웃음). 유학간 마랑고니 패션스쿨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이-유학시절 성과는 무엇이 있었나요?

윤:제가 한국에서 해오던 디자인은 너무 과한 것이었는데, 밀라노에서 만난 선생님이 정리를 해주셨어요. 과거의 저는 디자인을 할 때, 이 옷을 누가 입을지에 대한 기초적인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다소 과한 디자인이 나오기도 했는데 밀라노에서는 그런 것들이 용납이 안됐어요. 디테일에 대해 설명을 하지 못하면 안되는 거였죠.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을 많이 걸러낼 수 있었어요.

이-밀라노에 간 것이 벌써 10년 전이죠. 그 때와 지금, 한국 패션은 차이가 많이 있죠?

윤: 많죠. 그 당시에는 시대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모던해졌죠. 하지만 당시에는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맥퀸, 존 갈리아노가 유행하는 등, 분위기 자체가 과했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가 한 편 그립기도 해요.

이-지금 너무 웨어러블해지면서 재미가 없어진 측면이 있어요.

윤: 한국의 경우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어요. 세일즈를 위한 옷들이 과한데다 시장도 작다보니까, 다양성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요즘 해외 컬렉션을 보면 다시 그 때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이-지금 옷을 구매하는 세대가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이들이 4050이 되면 다양성이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이 과도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윤: 맞아요. 또 한편 한국패션의 강점이 확실히 생겼는데, 한류라는 큰 문화의 줄기 속에 패션이 접목이 되게 됐어요. 옷 하나로만 나가기에는 경쟁하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 우리나라는 한류가 있어 아무래도 강점이 있죠. 실제 아르케도 중국 바이어들이 좋아해요. 아무래도 한국 브랜드라는 것 자체로 메리트를 가지고 한류스타가 입으면 시너지가 생기죠.


모델 이영진이 만난 패션 피플 '디자이너 윤춘호'
윤춘호 디자이너의 문제지 작성을 지켜보고 있는 이영진.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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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드라마 작가가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어요. 의외인데요(웃음). 드라마 작가가 된다면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가요.

윤: 꿈이에요. 사실 패션 디자인의 경우,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억지스럽게 제 자신을 바꿔가면서 디자이너로 남기 위해 디자인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신 나중에는 트렌디한 느낌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최근 구상 중인 작품의 내용은 극비에요.(일동 웃음)

이-2015 F/W 서울컬렉션에서의 아르케의 변화를 직접 알려준다면요.

윤: 패턴을 없앴어요. 그동안은 시즌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프린팅을 사용했는데 프린트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죠. '프린트 없이 아르케의 느낌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또 제 나름의 도전이 되기도 했어요. 일종의 자신과의 싸움이었죠.

이-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준다면요.

윤:뻔한 말이지만 항상 발전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또 해외 시장을 넓히고 싶고요.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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