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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이 아주 좋은 가수입니다."
지난 2001년 토이의 유희열은 자작곡을 만들어 김형중을 만났다. 하지만 김형중은 곡은 불러도 방송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김형중이 부를 것을 염두에 두고 곡을 썼던 유희열은 한달 이상 다른 보컬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고 다시 김형중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번에는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 조건까지 붙여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부른 노래가 토이 5집의 타이틀곡인 '좋은 사람'이었다.
김형중이 자신있게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히트곡 3곡이 여전히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한지 모두 10년이 지난 곡들이지만 여전히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환호해 주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지금도 나의 노래를 듣기 위해 찾아주는 곳이 많다. 이런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나는 정말 운이 좋은거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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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독보적인 보이스 컬러를 갖고 있는 그가 최근 몇 년간 방송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에 대해 "어느 순간 카메라 울렁증이 생겼고 무대가 무서워지더라. 이런 증상이 어느 한 순에 나타난게 아니라 8~9년간 조금씩 쌓인 결과더라. TV 방송 무대에서 너무 위축이 되다보니 아무것도 못하겠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형중은 가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카메라 울렁증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해답은 자신감이었다. 이전에는 목소리가 좋아 그냥 살아온 것이었다. 그러다 밑천이 바닥나고 무대 공포증이 오는 순간 최악으로 가더라. 그때부터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그렇게 4년 가까이 매일 4시간 정도 노래 연습을 하다보니 무대에서 웃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
간간이 드라마 OST로 목소리를 들려주던 김형중이 다시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건다. 그 출발점은 빅 브라더 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영(Zero)'다.
빅 브라더 프로젝트는 90년대부터 고 신해철, 넥스트, 015B로 시작해 투야, 쥬얼리, 브이오에스, 나인뮤지스 등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해온 프로듀서 빅 브라더와 현재 K-POP 신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프로듀서 팀들과의 음악적 콜라보레이션이다. 그 첫번째 싱글로 공개되는 '영'은 '루팡' '미스터' '스텝' 등 카라의 대표곡들을 프로듀싱한 스윗튠이 순수했던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정성 들여 빚어낸 음악이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애절한 김형중의 목소리에 몽환적인 듯 아련한 스피카 김보아의 목소리가 더해져 듣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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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 공개되는 '영'은 이사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뮤직비디오 역시 화제다. 특유의 남성적이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타니 료헤이가 심야식당의 주인이자 셰프로 변신하여 도시의 불빛 아래를 배경으로 사연이 많아 보이는 한 여자와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으로 다시 비상을 준비 중인 김형중은 "오래 노래를 하는게 목표다. 음악 장르를 떠나 그저 멋있게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노래를 꾸준히 발표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뮤지컬을 비롯해 무대에서 많이 보여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