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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공포, 대중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전염 속도보다 불안 불신으로 인한 집단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중문화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영화관과 공연장을 찾는 발길이 급감했고, 일부에선 공연 자체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부실 대응과 맞물려 전염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어 여름 성수기를 준비하던 영화계와 공연계엔 비상등이 켜졌다. 병원에서의 감염이란 보건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사람들이 많은 곳에 아예 발걸음을 끊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도 사내 대규모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는 상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개봉일인 3일 9만 2878명을 동원했다.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음에도 10만명을 넘지 못했다. 영화계에선 일일관객수 1만명만 넘으면 박스오피스 5위권에 오를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할 정도다.
공연계도 잔뜩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뮤지컬이나 콘서트의 경우 사전 예매를 중심으로 티켓 판매가 이뤄지다 보니 아직까지는 관객수가 크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향후 대규모 예매 취소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어린이 공연의 경우 티켓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공연예매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4일 "예매를 취소하면 수수료를 물기 때문에 아직은 예매 취소율이 높지 않은 편이지만 예매 취소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며 "공연장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부쩍 눈에 띈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콘서트 중엔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오는 7일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5더 바이브 패밀리 콘서트'는 잠정 연기됐다. 바이브, 포맨, 벤, 미 등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발생한 바이러스로 인한 추가 피해확산을 방지하는데 동참하고, 관객 여러분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 부득이 공연을 연기했다"고 전하며 전액 환불 조치를 공지했다.
지난 4월부터 전국투어콘서트를 진행 중이던 이은미도 7일 수원 문화의전당에서 열 계획이던 콘서트를 연기했다.
전국 투어 중인 가수 이문세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메르스가 또 한번 나라를 뒤흔드는 가운데 공연쪽에도 비상이 걸렸네요"라면서 "많은 회의를 통해 정리할 겁니다만 저는 무대를 지킬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여름 시즌을 맞아 열리는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도 메르스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유명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이 예정돼 있어 공연기획사들은 메르스 사태가 빨리 진화되기만을 노심초사 바라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