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형규 "류승범 선배 보며 배우 결심, 10년 만에 꿈 이뤘죠"

기사입력 2015-10-06 14:35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사마귀 짱!" 지나가던 차량의 창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운전자가 생긋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사마귀'를 부르는 말에 본능적으로 돌아봤다는 신인배우 김형규(23)는 "배역 이름으로 불려서 무척 기뻤어요"라면서 한껏 수줍어했다. 소년 같은 그 모습이 JTBC '라스트'에서 섬뜩한 카리스마를 내뿜던 서울역 지하세계의 칼잡이 사마귀가 맞나 싶다.

극중 사마귀는 냉혈했다. 말 없이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액션신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그의 등장만으로도 긴장감에 숨통이 조여왔다. 서울역 넘버원 곽흥삼 역의 이범수에게도 밀리지 않는 패기에 남성 시청자들이 더 열광했다. '라스트'의 연관 검색어 앞 순위엔 '사마귀'와 '김형규'가 올라 있다.

극 초반, 김형규는 사마귀에 동화되기까지 애를 먹었다. 캐릭터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과정이 벅찼기 때문이다. "사마귀는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인물이에요. 대사도 일상적이지 않았고요. 동작도 크지 않은데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과 무게감을 전달해야 했어요. 굳어 있는 모습조차 자연스러운 표현처럼 보여야 하니까,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김형규는 사마귀의 성장 환경, 부모님과의 관계 등 시놉시스에 나와 있지 않은 설정까지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면서 캐릭터를 몸에 입혔다. 말투, 표정, 습관, 제스처까지 미리 연구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렇게 차츰 캐릭터에 익숙해졌고, 온전히 받아들인 후엔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사마귀스러운' 눈빛과 동작이 나오더라고 했다. "이번에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걸 배웠어요. 뭐라고 꼭 꼬집어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통틀어서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연기는 어렵다는 것! 하면 할수록 연기가 어려워진다는 걸 깨달았죠."

'라스트'의 조남국 감독은 이전 연출작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 1, 2부에 잠깐 출연한 김형규를 눈여겨 봤다가 그를 불렀다. 종방연에선 "네 나이에 이 정도로 연기하는 사람 못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라스트' 제작진은 처음부터 김형규를 꽤 욕심냈던 모양이다. 김형규는 '라스트'의 전작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는데, '라스트' 팀이 '은동아' 팀에 간곡히 부탁해 작은 배역으로 바뀌었다. '은동아'를 빨리 마치고 '라스트' 촬영에 전념하길 바라서였다.

김형규의 탄탄한 내공을 알아본 관계자는 또 있다. SBS 드라마 '기분 좋은 날'에 출연한 김형규를 보고,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의 제작자가 불렀다. 그렇게 스크린에 본격 데뷔했다. 김형규에게 이 영화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류승범 때문이다. "어릴 때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류승범 선배를 보고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제 우상과 함께 연기를 한다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좋았어요. 배우를 꿈꾼 지 꼭 10년 만에 현실이 된 거잖아요. 영화에선 류승범 선배와 맞붙어야 해서 촬영하는 동안엔 마음을 감추고 있다가, 촬영 다 마치고 제 우상이었다고 말씀드렸어요. 선배님이 무척 기뻐해주셨죠."

류승범을 좋아해 배우를 꿈꾼 소년은 맨몸으로 연기판에 뛰어들었다. 고등학생이던 2008년 KBS2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작은 배역으로 처음 카메라를 경험했다. 하지만 한계를 느꼈다.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대학로 소극장으로 갔다. 3~4년간 온갖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단역과 주인공을 거치면서 기본기를 다졌다. 그러다 그의 연기 열정을 높이 평가한 현재의 소속사를 만났다. "연극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매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방송의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영화와 드라마의 연기는 호흡이 중요하더라고요. 표정이 카메라에 잡히니 조금 더 사실감 있게 연기해야 하고요. 그 점이 매력으로 느껴졌어요."

올해 김형규는 무척 바쁘다. '라스트'를 마치자마자 MBC 월화극 '화려한 유혹' 촬영을 시작했다. 극중 최강희(신은수 역)의 동생 신범수 역. 여자에겐 까칠하고 누나에게만 친절한 누나바라기 캐릭터다. 새로운 시작에 벌써부터 들뜬다. "힘든 일도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촬영 시작 전, 그리고 연기하는 순간, 그 시간들에서 희열을 느껴요. 너무나 간절하던 꿈이라 무척 행복합니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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