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올드게임들은 유저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을까?

기사입력 2015-10-23 17:51





하루가 멀다 하고 모바일게임들은 스토어를 새롭게 채우고, 이제 많이 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신작 온라인게임들도 마케팅으로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국내 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지 20년이 되어가는데 10년 이상, 조금은 올드하게 느껴지는 게임들은 여전히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 아이온을 비롯해 넥슨의 카트라이더,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은 이제 올드 게임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에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접는 사람은 없고 잠깐 쉬는 사람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한 것처럼, 올드 게임들은 유저들이 언제든 돌아가거나 뒤돌아 볼 수 있는 장소이긴 합니다. 그런데, 마케터들은 '한번 게임을 접은 유저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 신규 유저에 몇 배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어간다'라고 합니다.

두 이야기 모두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이렇게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우선 가장 먼저 온라인게임에는 '운영'과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합니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많은 유저들은 '내가 했던 XX게임은 말이야', '그땐 참 좋았는데'와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당시의 게임 콘텐츠가 재미있어서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사람들과 있었던 사건들을 가장 많이 언급하고 이후 게임을 그만둔 계기를 말할 때면 대부분 '운영이 아쉬워서'라는 이야기하게 됩니다.

온라인게임 서비스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고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게임사가 이를 얼마나 유연하고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하는지에 따라 유저들의 마음은 크게 변화합니다. 잘 나가다가 몇몇 사건으로 한 번에 훅 가버린 게임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운영과 대처에 따른 것입니다.

이렇게 온라인게임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리니지2의 바츠 해방전쟁, 와우의 오염된 피 사건 등 이후에 회자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지금도 많은 게임 속에서 발생하고 있죠. 뉴스의 사건사고가 언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관심이 높고 화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게임 속 사건 사고들은 주변의 지인 혹은 친구들이 겪고 만들어 가는 일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게 됩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 10주년 행사를 개최해 당시 화제의 인물들과 당시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게임에서만 만들 수 있고 회자되는 사건입니다. 게임을 즐기지 않은 사람들은 '그게 뭐 그리 대단해' 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지만, 게임을 즐겼거나 게임 유저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겠죠.

최근 웹젠의 뮤 온라인 서비스 14주년 간담회에 초창기부터 게임을 즐겼던 중년의 유저를 초대한 것도 비슷한 관점입니다. 자영업을 하신다고 말씀하신 유저는 많은 추억들이 게임에 담겨있고 지인들과 함께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셨습니다.




넥슨의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 시절에 즐겼던 게임이 이제 훌쩍 나이가 들어 업데이트나 후속작이 나온다고 했을 때 추억에 잠길 수 있고, '그럼 예전 캐릭터가 아직 남아 있나?'라고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 지는 것이죠. 온라인게임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PC방에서 쉽게 접속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이처럼 많은 온라인게임들이 역사를 쌓아가고 있기 때문에 신작들이 출시됐다 하더라도 과거의 게임 보다 부족한 모습을 보이거나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역시 XX 게임만 한 게 없어'라며 다시 과거의 게임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여전히 게임트릭스 기준 국내 PC방 순위에 과거의 게임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들은 아마 대부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때문에 게임사들도 게임의 꾸준한 업데이트와 함께 기존 유저들의 혜택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신규 유저들도 중요하지만 10년 가까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은 쉽게 모을 수 없는 핵심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과거의 게임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온라인게임이 발전하기 쉽지 않은, 현 상황에 따른 문제가 있습니다.

송재경 대표가 몇 년전 인터뷰에서 '온라인게임의 발전은 이제 쉽지 않아 보인다. 온라인게임은 PC를 사용하는데, PC의 사용이 줄고 있고 현재 PC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와 시도들은 대부분 해보지 않았겠나. 단순히 온라인게임이나 개발사의 문제가기 보다 시장의 큰 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경계를 허물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발전된 형태의 게임을 엔씨소프트가 구상하고 기획해 나가려고 한다'고 언급하면서 새로운 트렌드 변화를 준비하는 것도 기존의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봤고 생각해봤기 때문입니다.




많은 유저들은 커뮤니티에서 '개발자들이 왜 이것, 이렇게 밖에 못만드는지'를 비판하는데, 유저들이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회의를 통해 언급되고 논의가 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변화를 시도한 신작게임들은 한계에 봉착하고 유저들의 시선은 다시 예전 추억이 녹아 있고 친구들이 있는 게임으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작 온라인게임들의 기회는 존재하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는 유저와 시장에서 변화를 요구하지만 막상 큰 변화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다소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경향도 없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2, 파이널판타지14가 분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근거는, 익숙한 가운데 변화를 시도해 그러한 변화들이 긍정적으로 자리잡았고, 이는 향후 차기작이나 신작 게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예전 게임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서비스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점유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했다'라고 판단하기는 다소 시기상조라는 것입니다.

온라인게임은 운영과 서비스에 따라 꾸준히 점유율을 올려갈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지표를 통해 검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저들과의 소통, 운영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구요.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의 게임이 10년 이상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다른 회사 입장에서는 조금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가 되긴 하지만, 기존 회사들이 지금의 유저들과 함께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됩니다.

신뢰와 연대감은 어느 한 순간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단계가 필요합니다.

올드 게임들이 강하고 끈끈한 이유는 그 안에 유저들이 만들어 놓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연대가 있으며, 추억과 경험들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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