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정화, 내 아이·우리 엄마 그리고 '디데이'

기사입력 2015-11-16 10:43


배우 김정화 <사진 제공=S.A.L.T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디데이' 소율은 인간 김정화의 진짜 모습을 가장 많이 담고 있어요"

배우 김정화(32)는 그렇게 말하고 밝게 웃었다. 결혼과 출산 후 2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JTBC 금토극 '디데이'의 종영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김정화에게는 밝은 에너지가 쏟아져 나왔다. 극중 극한의 재난 상황 속에서도 항상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모두를 따뜻한 양지로 이끌어 내고자 최선을 다하는 '힐링' 정신과 전문의 소율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그동안 작품 속에서 차갑고 도시적인 역할을 주로 했던 김정화와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인터뷰라기 보다는 친한 친구와 함께 한 '수다 타임' 같았던 시간 내내 김정화에게 느껴졌던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는 단순히 '디데이' 속 캐릭터의 영향만은 아니었다. 2년 간의 휴식기가 가져다 준 여유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낸 뜻깊은 시간, 무엇보다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와 세상 그 무엇과보 바꿀 수 없는 아이 덕분이었다. "2년 간의 소중한 경험 덕에 인간 김정화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배우 김정화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고 말하는 그녀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배우 김정화 <사진 제공=S.A.L.T 엔터테인먼트>
-2년만의 복귀작으로 '디데이'를 선택한 이유는.

벌써 연기를 시작한지 15년이나 됐는데, 의사 역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더라. 의사 역할을 꼭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너무 훌륭했고, 재난 드라마라는 장르가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했고 그 속에 참여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극중 소율이라는 인물이 나와 정말 비슷한 면이 많았다. 친한 사람들도 내게 '그동안 니가 맡았던 역할 중에 너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다'라고 말하더라. 사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말을 하기보다는 들어주는 편이다. 그래서 심리상담 공부를 해보면 어떠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의 정신을 치유해주는 소율이에게 끌렸던 것 같다.

-2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

연예인 김정화가 아닌 인간 김정화로 살았다. 가정도 생겼고 아이도 생겼고, 내겐 많은 변화가 있던 2년 이었다. 한 남자의 남편이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상황과 일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삶을 폭을 넓혔다. 사람이 사는 모습을 알게 됐다고 해야 하나.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2년간의 경험들이 '디데이'라는 재난 드라마를 임하는 데 더욱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서 '디데이' 속에서 그려지는 모성애에 대해 더욱 공감하게 됐다. 단순히 가족 이야기를 넘어서 가족과 희생 등에 대한 이야기에도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극중 김상호 선배님이 다리가 잘린 딸의 다리를 보면서 망연자실하는 장면이 있는데, 예전같으면 '슬프다, 마음 아프다'라고만 생각했을 것 같은데, 이번에 연기하면서는 그때의 김상호 선배님의 공허한 표정에 정말 공감이 되더라.


배우 김정화 <JTBC '디데이' 스틸컷'>

-극중 정신과 전문의를 연기했는데, '디데이'는 재난 드라마이다 보니 외과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로 그려졌다.

드라마의 소재가 지진이다 보니 외과 의사들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그려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극중 소율이가 중요한 이유는 재난에 닥친 사람들을 보살펴야하는 외과의들을 치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려내야 하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치유해주는 인물이니까 극중 '정신적 지주'라는 별명도 생긴 거다.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게 해주는데 큰 도움을 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분량이 적다고 섭섭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리고 분량 때문에 섭섭하고 서운하게 느낄 시기는 지난 것 같다.

-'디데이'가 방송 초반에는 최초의 재난 드라마라는 타이틀과 엄청난 스케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청률이 저조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물론 시청률 면에서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우리 드라마에 매우 만족한다.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들, 모든 제작진까지 합심해서 만든 드라마다. 이렇게 호흡이 좋은 제작 현장은 흔지 않다.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사전 제작이라 드라마 자체에 대한 완성도도 높았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한 거 아닌가. 과정에 무게를 뒀을 때 '디데이'는 정말 소중하고 좋은 작품이다.


배우 김정화 <JTBC '디데이' 스틸컷'>
-극중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슬픔을 누르고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한다. 본인이 그 상황이라면 가능하겠나.

내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걸 알겠더라.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너무 슬퍼서 밥도 안 넘어가고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괜찮아지고 밥도 넘어가고 웃게 되더라. 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돼서 촬영장에 갔었는데, 다들 나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하지만 난 오히려 씩씩하게 웃으며 촬영을 잘 마쳤다. 슬픔은 다 지나가더라. 나도 모르게 순간 순간 불쑥 슬픔이 밀려올 때도 있지만, 그 슬픔이 24시간 나를 지배하진 않더라. 그래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도 진료를 하는 소율이에게 더욱 공감이 갔다. 내가 소율이라도 슬플 땐 슬퍼하더라도 또 씩씩하게 환자를 위해 진료했을 거다.

-김정화에게 '디데이'라는 작품은 어떻게 기억될까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오랜만의 복귀작이기도 하지만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났던 것도 그렇고, 예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따뜻한 캐릭터여서 더욱 그렇다. 그동안 본의 아니고 도시적이고 좀 냉정한 캐릭터를 많이 해서 본래 내 성격과는 갭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역을 하면서 그 갭을 줄였다.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김정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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