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청룡을 거머쥔 유아인, 한국영화의 미래가 되다

최종수정 2015-11-26 22:51

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처음 개최된 이래 한국영화 산업의 찬란한 발전에 기여하며 가장 신뢰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시상식은 역대 최강급 후보들이 포진해 있어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사도'의 유아인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경희대=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청룡의 새로운 주인은 유아인이었다.

유아인은 26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사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에 첫 도전했음에도 당당히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국영화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올 한해 스크린을 점령한 '유아인 시대'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이기도 했다.


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처음 개최된 이래 한국영화 산업의 찬란한 발전에 기여하며 가장 신뢰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시상식은 역대 최강급 후보들이 포진해 있어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사도'의 전혜진이 유아인의 축하를 받고 있다.
경희대=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사도'는 유아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숨을 거둔 사도세자. 유아인은 뜨거운 숨결로 사도의 비극적 운명을 스크린에 부활시켰다.

영화 속 사도는 뛰어난 왕재였지만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을 강요하는 영조와 갈등을 빚으며 점점 광기에 사로잡혀간다. 자유롭고 진취적이었던 사도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울화와 절망감에 몸부림치다 끝내 꺾여버린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도의 운명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사도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 유아인의 연기 덕분이었다. 이 영화에서 유아인은 사도 그 자체로 존재했다. 유아인 자신도 "사도는 내가 그려보고 싶었던 인물의 끝판왕"이라고 말할 만큼 깊은 애정을 보였다.

유아인이 '사도'에서 보여준 연기는 놀라웠다. 하나의 세계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듯 몰입의 깊이가 달랐다. 과녁을 벗어난 화살을 바라보며 "허공을 날아가는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던 나즈막한 읊조림 안에도 수만가지 복잡한 감정을 담을 만큼 노련했다. 좁고 어두운 뒤주 안에서 서서히 사그라져 가는 사도의 회한과 슬픔이 관객을 고스란히 덮쳤다. 유아인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영조를 연기한 대선배 송강호와의 연기 호흡도 대단했다. 팽팽한 갈등 관계 속에서 송강호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그만큼의 에너지를 되돌려주며 숨막히는 연기 열전을 펼쳤다. 송강호에게도 밀리지 않는 힘과 패기가 유아인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 덕분에 스크린 속 영조와 사도가 빚어낸 충돌 에너지가 격렬하고 뜨거울 수 있었다. 청룡의 당당한 주인이 되기에 충분한 활약이다.


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처음 개최된 이래 한국영화 산업의 찬란한 발전에 기여하며 가장 신뢰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시상식은 역대 최강급 후보들이 포진해 있어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사도'의 유아인이 축하를 받고 있다.
경희대=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유아인은 2003년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했다. 극중 이름이기도 했던 '유아인'이란 예명을 얻게 된 작품이다. 드라마 속 곱상한 얼굴과 다정한 이미지로 사랑받던 유아인은 2006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만난 이후 작품 안에서 자신과 가장 닮아 있는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변혁을 꿈꾸는 유생이었고, '완득이'는 공동체 안에서 화해하고 성장하는 소년이었다. 유아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꼽는 '밀회'에서는 세상과 위선과 허위를 무너뜨리는 청춘의 순수함을 연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 '사도'를 만난 유아인은 그의 말마따나 "완전한 공감대" 안에서 사도세자에 이입했다. 미치광이 또는 정치적 희생양으로만 기록됐던 사도세자의 얼굴에 유아인은 기성세대와 갈등하다 끝내 꺾여버린 청춘의 얼굴을 담아냈다. 유아인으로 인해 '사도'는 새로운 생명력을 갖고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한국 영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아인이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유아인이 청룡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7년이다. 제28회 시상식에서 영화 '좋지 아니한가'로 신인남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당시엔 수상에 실패했지만, 올해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지나간 아쉬움을 단숨에 날렸다.


유아인은 "아까 첫 시상을 하려고 무대에 섰었는데 내가 이런 무대에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라 굉장히 긴장해서 청심환도 먹고 왔다. 모르겠다. 내 거라는 생각이 잘 안든다. 올해 '사도'란 작품으로 상을 받았지만 '베테랑'으로 많은 관객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이 자리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부끄럽다.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성격보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나서기 싫은 순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거울보고 매순간 부끄러워하며 더 성장하는 인간이 되도록 하겠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분들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이제 한국영화의 미래다. 그의 품에 안긴 청룡영화상 트로피가 더욱 빛나 보이는 이유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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