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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누구보다 귀여웠고 누구보다 섬뜩했던 길태미(박혁권)가 강렬하고 먹먹하게 퇴장했다.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순간에도 특유의 유들유들한 모습을 드러낸 길태미. 이런 길태미의 모습에 폭주한 이방지는 "이인겸 따까리"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삼한 제일검 칭호를 놓고 떠나라는 이방지의 도발에 길태미 역시 "네놈을 놔두고 떠날 수 없지"라면서 날을 세웠다.
길태미의 말이 옳았다. 이방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언제나 강자는 약자를 빼앗고 삼키며 짓밟는 것. 이게 바로 과거이자 현실, 미래다. 태평성대는 없었다.
지옥 같은 세상을 단죄하고 싶었던 이방지는 길태미의 원대로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렀다. 그 결과 길태미는 목이 베이는 치명타를 입었고 솟구치는 피를 손으로 부여잡은 길태미에게 "강자는 약자를 병탄하지. 이렇게…"라며 한을 풀었다.
비록 백성의 고혈을 짜낸 길태미이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검의 도를 아는 무사로 최후를 맞았다. 그는 이방지를 향해 "이름이 뭐냐? 누구한테 죽었는지 알고 가야 할 거 아니냐"라며 힘겹게 입을 땠고 이방지는 "난 삼한 제일검! 이방지"라고 쐐기를 박았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순간 이들을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길태미의 쌍둥이 형, 길선미(박혁권)이었다. 그는 주검이 된 동생을 향해 "아우님, 그리 가셨는가? 그래도 죽는 순간에는 탐관오리가 아닌 검객이셨네 그려. 이제 부디 편히 쉬시게"라며 자리를 떴다. '미친 존재감'으로 '육룡이 나르샤'를 견인한 길태미는 이렇듯 장렬히 전사했다.
이날 방송은 민다경(공승연)이 분이(신세경)에게 일편단심인 이방원(유아인)을 보고 처음으로 질투를 느꼈고 정도전(김명민)이 이성계에게 "고려가 아닌 새로운 나라 조선을 건국할 것"이라는 엄청난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이인겸(최종원)의 계략에 빠진 최영(전국환)이 이성계와 등을 돌리는 등 새로운 사건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모든 국면을 다 잊을 만큼 초반 길태미의 죽음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전율과 여운을 남겼다. 18시간, 1080분, 6만4800초 '육룡이 나르샤'와 함께했던 길태미. 시청자의 영혼을 빼앗고 집어삼킨 병탄이었다. 벌써부터 '발칙하고 앙큼한' 길태미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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