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안 본人 있어도, 한 번 만 본人 없는 '능력자들'

최종수정 2016-01-08 09:46

능력자들 <사진=MBC>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능력자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MBC 예능 프로그램 '능력자들'은 취미와 즐길 거리가 사라져 삭막해진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는 프로그램. 좋아하는 대상에 몰입하며 열정적으로 시간과 돈, 체력을 소비해 새로운 문화까지 재탄생시키기는 '덕후'('마니아'를 의미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변형어)를 조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규 편성된 '능력자들은 4.5%(닐슨코리아 전국)의 시청률로 출발한 이후 점차적인 상승세를 보이더니 12월25일 방송된 7회에서 6.1%로 껑충 뛰었다. 이는 직전 6회의 4.8%에 비해 1.3%P 상승한 수치. 지난 1일 새해 첫 방송에서도 6%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특히 '능력자들'은 tvN '꽃보다 청춘in아이슬란드'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상승된 시청률을 지켜 눈길을 모은다. 높은 화제성으로 역대 '꽃보다' 시리즈를 더블 스코어 가까이 압도하는 '꽃보다 청춘'의 공격에도 시청률을 유지했다는 것은 고정 시청층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것. '능력자들'이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아직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만 본 사람은 없는 셈이다.

과거 덕후는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자신만의 셰계에 빠진 이들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덕후임을 감추기도 하고, 덕후임을 고백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일반인 코스프레'(덕후가 아닌 척 행동하는 것)나 '덕밍아웃'(덕후+커밍아웃) 같은 용어들이 마이너한 덕후 문화의 일면을 대변한다.

그러나 '능력자들'은 이 같은 덕후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덕후 문화를 소재로 선택했다. 덕후가 남들과는 다른 개성으로 인정받으며 그들의 지식 또한 능력으로 대접받고 있음을 캐치, 예능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 덕후들은 실제로 놀라운 지식들과 미처 몰랐던 문화를 보여주며 이색 볼거리를 보장하고 있다.

'능력자들'은 버스 덕후, 비행기 덕후 등은 그야말로 일반 시청자들은 몰랐을 법한 정보들로 감탄을 자아냈다. 라면 덕후의 등장은 '식신' 정준하의 먹방을 유도했다. 고전 게임 덕후는 어린 시절 많이 했을 법한 게임들을 소개하며 모두를 추억으로 이끌기도 했다. 좀비 덕후는 좀비가 나타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몸소 보여주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 쯤 도전해 봤을 법한 뽑기지만 성공해 본 이는 별로 없을 것. 별 것 아닌 듯하지만 덕후의 신들린 듯한 조작법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했다.


능력자들 <사진=MBC>
그런가하면 연예인들도 숨겨 왔던 '덕심'(특정 분야에 대한 충성도를 뜻하는 덕후 용어)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최근 연예인 가운데에서도 남다른 취미와 열정을 지닌 덕후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능력자들'은 연예인들이 지닌 의외의 덕심을 발굴해 덕후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일으키고 있다.


1회에서는 열대어 덕후를 자처하는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태일, '편의점 만수르' 라 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편의점 포인트를 두둑이 쌓아온 전설의 기타리스트 백두산의 김도균이 출연하여 덕후들과 '덕심'을 겨루고 뽐냈다.'심슨 덕후'로 유명한 씨엔블루 정용화가 출연해 스페셜 MC 역할을 해 줬으며,게스트로 참여한 박나래, 딘딘, 오세득 셰프 등도 액세서리, 청바지, 조리도구 등 다양한 수집 취미를 공개했다.

4회에서는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이 매운맛 덕후로 나서며 덕후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덕후라고까지 보기 어렵지만 막걸리 홍보대사를 하고 있는 정준하가 막걸리 덕후와 대결하며 맹활약을 하고, 심형래가 괴수 덕후를 위해 나서기도 했다. 개그우먼 신기루는 박나래의 추천을 받아 '능력자들'에 도전, 시중에 판매하는 마요네즈의 맛만 보고 상표를 모두 맡혀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 같이 다양한 강점들을 바탕으로 천천히, 그러나 탄탄하게 마니아 층을 구훅하고 있는 '능력자들'의 저력이 주목된다.

한편, '능력자들' 9회에서는 냉면 맛집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냉면 덕후', 100kg의 몸으로 이소룡보다 날렵한 쌍절곤 솜씨를 자랑하는 '쌍절곤 덕후', 소설 삼국지 속 500여명의 등장인물을 외우는 '삼국지 덕후'가 출연해 놀라운 덕력을 뽐낸다. 또 연예계 냉면 애호가로 소문난 이원일, 염경환, 슬리피가 한 팀을 이루어 도전장을 던졌다고 한다. 방송은 8일 오후 9시30분.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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