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을 이끌다③] 이제훈·김혜수·조진웅, 살아숨쉬는 연기란 이런 것

기사입력 2016-02-12 14:59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연출과 스토리를 살려주는 연기력이란 이런 거다.

tvN 금토극 '시그널' 속 이제훈·조진웅·김혜수의 열연이 김원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김은희 작가의 치밀한 스토리를 더욱 살려주고 있다. '시그널'은 숱하게 봐왔던 기존의 범죄 수사 드라마와는 달리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고 그 속에 사는 인물들이 무전기를 통해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는 판타지 요소가 더해진 작품이다. '리얼함'이 중요시되는 범죄 수사극에 판타지적 요소가 더해진다는 것이 어찌보면 시청자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이런 스토리를 '납득이 가게' 만드는 건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복잡한 스토리 전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이제훈은 과거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면서도 '경찰'로서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박해영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극 초반 과장된 톤으로 때 아닌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런 연기력 논란에 '어퍼컷'을 날리듯 극이 진행될소록 박해영과 맞춤옷을 입은 듯한 호연을 펼치고 있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괴로움, 공권력을 향한 분노, 자신이 이재한(조진웅 분)과 함께 결과를 바꾼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긴다는 죄책감, 범인을 잡고자 하는 간절함 등 여러가지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것.
과거와 현재를 연기하는 김혜수와 조진웅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김혜수는 현재를 사는 이제훈(박해영 역)과 과거를 사는 조진웅(이재한 역)과 달리 과거와 현재에 모두 등장하는 차수현을 연기한다. 차수현은 사건 수사에 파묻혀 사는 워커홀릭이자 어지간한 일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15년차 베테랑 형사. 카리스마 넘치고 냉정한 표정으로 팀을 진두지휘하고 불합리한 조건에 대항해 강직하게 상사와 맞서며 범인을 몰아붙일 때는 김혜수 특유의 강한 카리스마가 내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내려가 과거 그가 초짜 순경이었을 때 모습은 2016년의 모습과는 180도 다르다. 어깨에는 긴장감이 역력히 베어있고 표정에는 어색하고 불편한 어린 여순경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첫 회 방송에서 선배인 이재한 형사에게 우물쭈물 말을 거는 모습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베테랑 차수현 형사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그런 그에게 시청자는 '갓혜수'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조진웅이 연기하는 이재한은 과거에만 등장하는 인물. 하지만 그 속에서도 초짜 순경 시절부터 경력 형사 시절까지 완벽히 다르게 연기해내 놀라움을 자아낸다. 선배들의 불호령에 움찔움찔하고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1989년도 이재한에게서는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눈물을 흘리는 초짜 순경 차수현에게 조언을 건낼 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1989년보다 굵어지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도드라지는 큰 시간의 흐름이 아닌 짧은 시간의 흐름조차 세심한 디테일의 변화로 표현해내는 조진웅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특히 '시그널' 속 조진웅의 눈물 연기는 가히 압권으로 평가받는다. 사랑하는 여인과 친조카와도 같았던 소녀를 잃은 이재한의 죄책감과 슬픔을 완벽히 표현하는 것. 단순히 눈물 흘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꾹꾹 억누르는 모습부터 꾹꾹 눌러담다 결국 폭발해 오열하는 모습까지 다양한 슬픔을 형태를 호소력 있게 연기하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한편,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특별한 공조수사를 통해 오래된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 이제훈, 조진웅, 장현성, 정해균, 김원해, 정한비, 이유준, 김민규 등이 가세했고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의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미생' '성균관 스캔들'의 김원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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