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외전'-'쿵푸팬더' 밑바닥부터 시작한 감독들의 대반란

기사입력 2016-02-17 08:41


이일형 감독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영화감독이란 수많은 인내 끝에 오를 수 있는 자리다. 촬영보조로 시작한 이들부터 유학을 다녀오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들까지 여러 길을 통해 영화감독의 길에 들어서지만 누구 하나 쉽게 감독 직함을 차지하는 이는 없다. 최근에는 '거장'이라 꼽히는 감독들에게 직접 배우며 노하우를 터득한 감독들이 작품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5일까지 823만 관객을 모으며 1000만 관객을 향해 순항중인 '검사외전'은 신인 감독 이일형의 작품이다. 이 감독은 윤종빈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와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그리고 '비스티보이즈'를 함께 했다. 또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에서는 연출부 생황을 했다.

'군도'를 함께 했던 인연으로 '검사외전'에 강동원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강동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 우려는 없었나"라는 질문에 "이 감독은 '군도'를 조감독으로 함께 했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답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윤 감독의 제안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에 데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인영 감독
'검사외전'과 함께 흥행전선을 이끌고 있는 '쿵푸팬더3'의 여인영 감독은 한국계라는 것 외에도 밑바닥부터 시작한 실력파라는 것이 눈에 띈다. 제니퍼 여 넬슨(Jennifer Yuh Nelson)이라는 미국명을 가지고 있는 여 감독은 드림웍스에서 업무 보조로 일을 시작해 실력을 인정받으며 팀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개발하고 시각화하는 책임자가 된 후 '쿵푸팬더'의 스토리헤드를 맡았고 '쿵푸팬더2'에서 감독이 됐다.

그는 지난 달 '쿵푸팬더3' 홍보차 내한 해 "언젠가 실사 영화도 만들고 싶다. 액션영화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에도 훌륭한 액션물이 많다. 한국에서도 영화를 연출해보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는 3월 개봉하는 영화 '대배우'는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을 거친 석민우 감독의 데뷔작이다. 석 감독은 '박쥐'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등의 작품을 박 감독과 함께 했고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도 조감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석민우 감독
그는 "'대배우'의 초고를 쓰고 박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더니, '오달수가 하면 딱 이네'라고 얘기해주더라"며 "현장에 와서 응원도 해줬고 편집본도 세심하게 봐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작품에서 이경영이 연기한 '깐느 박'은 박 감독을 모티브로 만들어졌고 '박쥐'를 오마주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요즘은 영화 감독도 유학파 출신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밑바닥부터 실력을 쌓아올린 이들이 데뷔를 많이 하고 이들의 작품이 성공할수록 우리 영화계가 뿌리부터 탄탄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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