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증의 장'에 선 라이엇게임즈,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6-03-31 17:25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e스포츠 리그인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쉽 코리아)를 두고 'LCK는 재평가의 장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평가가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팬심을 비유한 말이다.

LOL에 다시 한 번 재평가의 장이 열렸다. 다만 재평가 대상이 조금 흥미롭다. LOL 프로리그 선수가 아닌, 게임의 서비스 주체인 '라이엇게임즈'가 재평가의 기로에 선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개념 게임사의 대표격이었던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몇 년 사이 그 이미지를 많이 잃어버렸다. 그리고 최근 LOL 커뮤니티에서 불거진 '헬퍼 논란'에 라이엇게임즈는 자칫 이미지가 바닥으로 직행할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는 '헬퍼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엇게임즈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갖고 있던 불만을 기존보다 강력하게 털어놓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엇게임즈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조금 난처할 수도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헬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올해는 좀 더 적극적인 해결을 위해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와중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가 '비인가 프로그램' 이용자의 계정 영구정지를 2015년에는 5만여 계정에 적용했지만, 올해는 1, 2월 사이에만 벌써 3만 개 이상의 계정을 영구정지 시켰다.

라이엇게임즈의 한 관계자는 운영적인면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헬퍼' 이용자들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다만, 기술적인 면을 털어놓을 경우 비인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이들에게 힌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하지만 애초에 이번 사태가 상기한 것처럼 라이엇게임즈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는 이 상황에서 '헬퍼'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의미가 없는 일일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 측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유저들의 마음을 다시 챙겨야 할 시기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유저가 최우선'이라는 라이엇게임즈 측의 이야기와 달리 최근 유저들은 라이엇게임즈에 '불통' 이미지가 커지고 있다. 롤드컵 분산개최, 여론에 관계없는 솔로랭크 도입, 지속적인 개선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지 않는 클라이언트 개편, 보안을 위한 OTP 도입 지연, 기준을 알 수 없는 챔피언 밸런스 조정 등이 유저들로 하여금 이런 이미지를 갖게 만들었다. 어쩌면 유저들은 이번 '헬퍼 논란'을 겪으며 말로만 유저가 우선이라고 하지, 결국 라이엇게임즈도 다른 기업과 똑같다는 이미지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기업에게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과 상황은 큰 위기다. 더 늦기 전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무너진 신뢰를 다시 구축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한국에서 발생한 이번 '헬퍼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라이엇게임즈 본사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북미와 아시아 지역의 유저 성향이 크게 다른 것처럼, 유저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경중을 매기는 정도도 본사와 지사 사이에 온도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라이엇게임즈 본사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더 한국 유저들이 '헬퍼'를 플레이의 질을 저하시키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헬퍼 논란'은 발전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이번 사태를 단순히 '헬퍼 논란'이 아닌 신뢰 문제로 인지하고, 본사에 상황과 유저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최선을 다 하고 있으며,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도 운영 측면에서도 편리한 게임 환경을 선보이기 위한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유저들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이들은 게임 운영에 많은 공을 들인다. 취재를 위해 관계자와 대화를 하다 보면 '그렇게까지 한단 말이야?' 라면서 놀랄 때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가 생각하는 최선과 이를 받아들이는 유저가 생각하는 최선이 항상 같은 모습일 수는 없다. 라이엇게임즈 측에서 '이렇게 하면 유저들이 만족을 하겠지?' 하면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적용하더라도 유저들은 '해달라는 건 안 하고 왜 자꾸 엉뚱한 짓이야?'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라이엇게임즈와 유저의 이러한 동상이몽은 점점 잦아지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을 통해 라이엇게임즈가 조금 더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임사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애초에 유저의 입장에 서는 것이 라이엇게임즈가 늘 주장하던 모토가 아니었던가.

김한준 게임 담당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