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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동상이몽'
딸은 엄마와 김해에서 둘이 살고, 오빠는 부산 기숙사, 기러기 아빠는 제주도 옆 우도에서 장사하며 홀로 지내고 있었다.
딸은 "아빠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떨어져서 살았다"며 "내가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데 아빠를 마지막으로 본 게 중학교 졸업식 때이다. 그냥 남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딸은 "아빠가 낯설다. 남의 아빠 같고, 모르는 사람 같다"고 울먹였지만, 아빠도 지지 않고 "원하는 대로 다 해주지 않았냐. 나도 이 집이 낯설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아빠는 다시 우도로 급히 돌아갔다.
딸은 "아빠를 이해하다 놔버렸다"면서도 아빠와 친해지기 위해 우도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딸의 방문에 아빠는 반가워하면서도 어색해했다. 딸은 친해지려고 아빠에게 애교를 부리고 장난도 쳤지만, 아빠는 오히려 남만 챙기기 바빴다. 딸은 "왜 아빠가 '동상이몽'을 찍자고 했는지 모르겠다. 아빠와 추억을 만들 줄 알았는데 추억을 만들자고 해놓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빠에게 가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우도에서도 계속 홀로 남겨진 딸은 상처를 받았고,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아빠는 "그저 너한테 좋은 것을 해주려는 거다"라며 자신의 상황을 이해시키려 했고, 딸은 "이제 그런 거 필요 없고, 아빠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려고 했지만, 8년 동안 쌓인 벽은 쉽게 허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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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조금씩 사정이 나아졌고, 그러다 보니 바빠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빠는 한 가지의 사업만 운영하는 게 아니었고, 외지 사람으로 섬에서 잘 어우러져 살기 위해 본인의 일로 바쁜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의 일까지 나서서 도왔다.
아빠는 기러기 아빠의 삶이 행복하냐는 질문에 "전혀 행복하지 않다. 많이 힘들다. 버티고 이겨내는 건 아이들이 내가 겪었던 가난을 안 겪으니까"라고 담담히 말했다.
일을 끝낸 후 집에 돌아온 아빠는 쓸쓸한 집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기가 일쑤였고, 휴대폰에 도착한 딸의 문자는 용돈을 달라는 말뿐이었다. 딸은 아빠의 용돈을 당연한 듯 받아서 썼다.
아빠는 "김해에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가족의 생계는 아무도 책임 못 진다"며 "가난은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우도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털어놨다.
2년 만에 집을 찾은 아빠는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집에 가면 싸운다. 매일 돈 때문에 싸운다. 돈 때문에 싸우는 걸 없애려고 열심히 일하는 건데 시간이 흐르고 내 자리는 없더라. 난 그냥 돈 버는 사람이 됐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반기는 사람이 없었다. 아빠는 "필요할 때는 아빠고, 필요 없을 때는 아빠가 아닌가. 가족 위해 열심히 일하다 갔는데 서글프지 않을 수가 없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가족들은 결국 서로의 무심함을 탓하며, 아빠의 우려대로 싸우게 됐다. 아빠는 2년 만에 찾아온 집에서 공황장애 증상을 겪었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밖으로 나가 잘 수밖에 없었다.
아빠의 고된 생활을 처음으로 알게된 딸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아빠가 일 년에 다섯 번이라도 집에 왔으면 좋겠다"며 아빠와 그저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못했다.
이에 MC 김구라는 "아빠가 아들·딸 대학 등록금에 결혼 비용도 벌어야 한다. 앞으로 10년은 벌어야 한다. (딸의 바람대로) 일을 쉴 수가 없다"며 아빠의 상황을 대변했다.
아빠는 "최대한 아무리 바빠도 집에 자주 간다는 약속은 못 하지만 노력할 거고, 전화나 문자 하루에 한 두번은 하겠다. 최대한 노력하겠다. 사랑한다"며 딸과 포옹을 나눴다.
한편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사춘기 초중고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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