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박 게임 '크로스파이어', 그 산업적 가치는?

기사입력 2016-04-27 09:27




지난해 12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 'CFS 2015' 그랜드 파이널 모습.


'초대박 게임, 그 가치는?'

지난달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2016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재벌 가문이 아닌 자수성가형 부자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사람은 다름아닌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회장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권 회장은 37억달러(약 4조2555억원)의 자산으로 전세계 42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대표적인 재벌가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공동 569위·30억달러)보다도 높은 순위인 것이다. 김정주 NXC 대표(771위·23억달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1577위·11억달러) 등 대표적인 게임사 대표들도 억만장자 반열에 여지없이 이름을 올렸지만 권 회장보다는 낮은 순위였다.

어쨌든 이로 인해 권 회장, 그리고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에 대한 인지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억만장자가 어떻게 됐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대두됐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한 것은 단 하나의 게임, '크로스파이어' 덕분이다. 1인칭 슈팅게임(FPS)인 '크로스파이어'는 단일 게임 최초 연매출 1조원을 기록했으며, 동시 접속자수가 무려 600만명에 이르는 그야말로 '초대박' 게임이다. 지난 2007년 5월 3일 서비스에 돌입, 어느새 9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국민게임'으로 통하는 '크로스파이어'의 현재 위치를 통해 게임의 산업적 가치를 살펴본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다

'크로스파이어'는 2007년 야후코리아를 통해 '헤드샷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금세 접어야 했다. 이어 네오위즈와 손을 잡았지만 역시 국내에선 '서든어택' '스페셜포스'라는 기존의 강자들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유일한 돌파구는 해외진출이었고 당시 신생 퍼블리셔라 할 수 있는 중국 텐센트와 계약을 맺었다. 중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텐센트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맞춰 재탄생한 '크로스파이어'는 낮은 컴퓨터 사양과 부족한 네트워크 인프라에도 불구, 무리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 유저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마침 온라인게임의 폭발적인 성장세에다 텐센트가 QQ메신저를 통해 확보한 유저 데이터가 접목되면서 '크로스파이어'는 2009년 동시접속자수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어 2010년 200만명, 2011년 320만명, 2012년 420만명 등 매년 동접자수가 100만명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최대 600만명까지 찍는 등 지속적으로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전세계 회원수는 5억명을 돌파했다. 전세계 온라인게임 최대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유저들의 호응에다 국내에서 실패한 게임을 다시 일으켜 세운 스마일게이트의 의지가 함께 만든 '성공신화'라 할 수 있다. 더불어 텐센트가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 온라인게임의 서비스 성공을 바탕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맞먹는 글로벌 ICT회사로 등극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가치는 과연?


'크로스파이어' 덕분에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6004억원의 매출에 33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자사의 역대 최대 실적임은 물론 지난 2009년 이래 7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었다.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한 게임 하나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덕분에 스마일게이트는 넥슨에 이어 국내 게임사 가운데 영입이익 2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크로스파이어'가 올린 1조 5000억원(약 13억달러)의 매출액은 헐리우드 역대 흥행순위 9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12억 7600만달러)를 뛰어넘는다. 600만명의 동시접속자수는 덴마크나 싱가포르의 인구수보다 많다. 회원수 5억명은 전세계 인구수의 약 15%에 해당한다. 5억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는 중국과 인도 등 단 2개국에 불과하다. 또 '크로스파이어'는 전세계 41%에 해당하는 80개국에서 서비스가 되고 있다. 이 역시 온라인게임 가운데선 상당히 독보적인 수치라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일게이트는 후속작인 '크로스파이어2'를 중국 치후360, 더나인 등과 5억달러(약 5800억원)에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이 액수는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2만 5000대, 삼성전자 갤럭시 S7을 69만대나 판매한 수준이다. 디지털 문화 콘텐츠의 엄청난 가치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박은 계속된다

'크로스파이어'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대세가 되고 있는 성공 IP의 파급효과 때문이다.

후속작인 '크로스파이어2'가 현재 개발되고 있음은 물론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해 텐센트가 만든 '천월화선 창전왕자'는 누적 다운로드수 7000만, DAU(하루 이용자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온라인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있다. 룽투게임즈에 의해 '천월화선 중반전장'이라는 또 하나의 모바일게임도 만들어지는 등 지속적인 IP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다.

또 '크로스파이어'는 국산 게임 최초로 영화로 제작중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나는 전설이다' 등을 만든 미국 오리지널필름이 제작을 맡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이밖에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 대회인 'CFS'도 올해로 5회차를 맞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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