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만대 "어설픈 A급보다 B급 1등이 될래요"

기사입력 2016-05-20 11:11


출장토크. 봉만대. SBS=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16/

[스포츠조선 최보란·이승미 기자] "아티스트의 정의? 잘 놀 줄 아는 사람 아니겠어요?"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아티스트 봉만대' 채널 CGV의 'TV방자전' 등을 연출하며 자신 만에 확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영화 감독 봉만대. 하지만 그를 '영화 감독'이라는 프레임 하나에만 가두긴 힘들다.

때로는 예능인을 위협하는 예능감을 선보이는 '방송인'으로, 어떤 작품에서는 '배우'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영화 감독'은 딱딱하고 폐쇄적일 것 같다는 대중을 편견을 깨부쉈다. 지난 3월부터는 SBS 러브 FM '김흥국, 봉만대의 털어야 산다'(이하 '김봉털')의 진행을 맡으며 DJ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봉만대는 왜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미는 걸까. 최근 '김봉털' 생방송을 앞두고 SBS 라디오국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봉만대는 자신이 '호기심이 많은 아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봉만대라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은 아이예요.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지 못하고 꼭 돌아다녀야 하죠. 원래 삶이란 게 돌아다니는 거 아니겠어요? 호기심이 많아야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경험이 쌓이게 되죠. 그런 경험들이 감독으로서 좋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하죠. 오로지 자기 기준에만 함몰돼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없으니까요."


봉만대의 도전은 끝이 없다. "아직까지 미개척 분야가 너무나 많다"고 말하는 봉만대에게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수준이나 마찬가지다.

"용기 내고 있지 못한 것들을 하나하나 해봐야죠. 나만의 그림을 그린다거나, 나만의 연주를 해본다거나 하는 거 말이죠. 종합 예술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니까요. 언젠가 비행기 운전도 해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웃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런 그를 향해 'B급 감독'이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에로를 강조한 그의 영화 스타일과 여러 분야에 손을 뻗치는 그의 행보가 'A'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이다. 이에 대해 봉만대는 "A급은 뭐고 B급은 또 뭔가"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사회적 프레임 안에 있는 A급과 B급의 차이가 뭐겠어요. 그 기준에는 특별한 게 없어요. 그냥 누군가가 나눠놓은 거죠. 그런 기준이 진짜 존재한다면 저는 A에서 뒷 줄에 설 바에는 B에서 일등을 하겠어요.(웃음)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도 참 모호한 것 같아요. 아니, 오히려 그 사이에서 외줄타기 하는 게 참 재미있죠."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봉만대는 "지금까지 했던 것 중 가장 어려웠던 게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연기"라고 말했다. 봉만대는 영화 '신부수업' '불꽃처럼 나비처럼' '프랑스 영화처럼'에서 조, 단역으로 연기를 선보였고 자신이 연출한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에서 직접 주연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무영 감독의 신작 '한강 블루스'로 타인이 연출한 작품의 첫 주연 배우로 제 몫을 해내기도 했다. '한강 블루스'는 지난 19회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돼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6월 개봉 예정이다.
영화 '한강블루스' 스틸컷
"'한강 블루스'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봉만대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연출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연출작에 출연하는 건 전혀 다르더라고요. 또한, 조,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과도 굉장히 달랐어요. 주연으로서 한 작품을 이끌어 간다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더라고요. 그동안 나름대로 배우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위선이었어요. 그동안 왜 촬영 스케줄을 배우가 아닌 제작 위주로 짰나, 심한 감정의 요동침을 겪는 배우들을 왜 이해하지 못했나 싶었어요."

이어 봉만대는 "혹시 이러다 감독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 남우상 받는 거 아니겠어요?"라며 껄껄 웃었다. 봉만대는 지난 2013년부터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의 MC를 맡고 있다.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의 진행을 맡고 있는 봉만대.
"청룡영화상은 영화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의미가 있는 상이에요. 전 아직까지 받아보지 못했지만 받은 분들에게는 분명히 다음 작품을 위한 굉장히 좋은 자양분이 될 상이라 생각해요. 예전에 천우희 씨가 여우주연상을 받고 '이 상을 주신 게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앞으로도 배우하면서 의심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는데, 그 말이 참 와 닿더라고요. 저도 영화인으로서 꼭 한번 받아보고 싶은 상이죠. 청룡은 앞으로 영원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장르의 벽을 허무고 전방위로 활약하면서도 영화인으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는 봉만대.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명찰은 '아티스트'가 아닐까.

"아티스트의 다른 말은 '플레이(PLAY)' 같아요. 다시 말해 놀 줄 아는 사람이 아티스트인 것 같아요. 노는 것 속에 유희가 있다고 생각해요. 놀면서 얻는 자유로움, 그로 인해 얻는 새로운 관점이 곧 아티스트가 가져야할 것들 아닐까요?"

smlee0326@sportschosun.com,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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