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들호 종영②] '완벽했을까?' 박신양의 두 얼굴

기사입력 2016-06-01 11:1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박신양의, 박신양에 의한, 박신양을 위한 시간이었다.

지난 3월 28일 첫 방송 된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이향희 극본, 이정섭·이은진 연출)가 5월 31일을 끝으로 20회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2011년 3월 종영한 SBS 드라마 '싸인' 이후 박신양의 5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미쓰GO' '박수건달'을 통해 스크린으로 간간이 얼굴을 드러낸 박신양이지만 안방극장에는 참으로 오랜만의 나들이였던 것. 흥행 보증수표인 그의 출연만으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다.

박신양은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주인공 조들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고졸 학력이지만 사법고시에서 최고 점수를 받으며 검사가 된 캐릭터 조들호는 초고속 승진은 물론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 금산의 대표 딸이자 소속 변호사 장해경(박솔미)과 결혼하며 서초동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검사로 활약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 고발 사건에 얽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모든 것을 잃게 됐고 무려 3년의 방황을 하며 각성하게 됐다. 조들호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약한 자들을 변호하기로 결심, 의뢰인을 위해 사명을 다 하는 '꼴통' 동네변호사로 인생 2막을 열었고 그야말로 정의로운 '동네 히어로'로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겼다.

믿고 보는 배우 중 하나인 박신양은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흥행으로 이끈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20회 중 90%가 그의 연기로 채워질 만큼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절대적인 출연 분량에도 집중력과 카리스마를 잃지 않고 극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힘이 있는 배우로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그는 대본의 틀에 갇히지 않고 대사를 자유롭게 사용, 상황까지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며 감정의 진폭을 확실하게 전달해 시청자의 이해도를 높이며 공감을 샀다. 비교적 평이한 상황도 박신양의 신들린 연기를 타면서 화력을 높이기도 했다. 뻔한 스토리로 재미가 반감된 순간에도 박신양의 연기 덕분에 시청자의 유입은 꾸준하게 늘었다.

'박신양이 곧 개연성이다'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박신영에게 잘 맞는, 안성맞춤 '동네변호사 조들호'였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오랜만에 복귀한 박신양은 과거에 보여줬던 연기 톤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는 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버럭 하는, 정의에 맞선, 소시민의 편에 선 영웅이었다. 똑같은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하면서 변주 하나 없었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반복적인 캐릭터로 식상하다는 평도 상당했다.


또한 다른 주·조연 배우들과 앙상블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안타까운 요소로 작용했다. 군더더기 없는 박신양의 폭주는 좋지만 이런 폭주가 계속되면서 쌓이는 피로감도 상당했던 것. 후반으로 치달을 수록 주변과 조화를 생각하지 않은 독단적인 원맨쇼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박신양의 케미스트리를 기대했던 시청자에겐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월화극 왕좌를 꿰차며 화려하게 퇴장한 '동네변호사 조들호'. 단언컨대 박신양의, 박신양에 의한, 박신양을 위한 작품이었지만 반대로 완성된 박신양과 미완성된 박신양의 두 얼굴을 마주하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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