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 논하다①] 지성, 대상의 무게를 견뎌라

기사입력 2016-06-02 14:03


[스포츠조선 배선영 백지은 조지영 기자] 한번 오열을 했다고 '연기의 신(神)'으로 둔갑하거나, 낯선 연기술을 보여줬다고 '발연기'로 치부되는 데 불편함을 느끼셨나요. 스포츠조선이 TV 드라마 속 배우들의 연기를 전문가의 식견으로 평가하는 새 기획을 선보입니다. '배우를 논하다'는 '좋은 연기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부터 '배우의 연기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목표로 구상한 연기 보고서로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솔직하고 세밀한 평가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자문단들이 두 번째로 만난 배우는 SBS 드라마 '딴따라'의 지성입니다.


'딴따라' 속 배우 지성. 사진제공=SBS
지성은 현재 SBS 드라마 '딴따라'에서 화려하게 빛날 것만 같은 연예계 회로애락을 모두 담은 신석호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신석호는 당대 최고 아이돌 그룹을 키워낸 미다스의 손이지만 하루 아침에 밑바닥으로 꺼진 매니저. 하지만 딴따라 밴드를 만나 인생에 진짜 소중한 가치를 알게 되는 인물이다.

지난해 MBC 드라마 '킬미힐미'에서 7개 인격을 연기하며 대중의 찬사와 MBC 연기대상을 품에 얻은 그이기에 차기작에 관한 관심이 컸다. 이런 그가 '딴따라'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신석호를 통해 언젠가 꼭 연기해보고 싶었던 영화 '제리맥과이어' 속 톰크루즈 캐릭터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18부작 중 13회가 방송된 현재까지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딴따라'는 전작인 '킬미힐미'에 못 미친다. 하지만 작품의 성적과 배우의 연기가 꼭 정비례 하는 것만은 아니다. '딴따라' 속 지성의 연기는 전문가들로 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연기 자문단 한줄평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 : 화려한 기술 속에 공허한 내적진실. 작품마다 캐릭터는 다른데 '킬미힐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 순수한 눈빛에서 보여지는 그만의 진실함을 통해 배우 지성의 진면목을 기대해 본다.

서은혜 CNC 스쿨 원장 : 연기대상에 부담이 컸던걸까? 강력한 딜레마가 없는 드라마를 홀로 이끌어 가기에 그는 분명 버거워 보였다. 중반을 지나서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를 볼 수 있는 재미가 더해졌지만, 끝까지 무언가 겉돈다는 느낌을 지우기까진 역부족이었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 : 지난해 연기 대상을 받은 지성의 압박감이 느껴진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주변 배우를 더 살려줘야 하는데 배우 지성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다. 그에게서 느껴져야 할 마스터 감동이 적다.

안혁모 동국대 연극학부 외래교수 : 꽉 채운 진정성을 바탕으로 넘치지 않는 정확한 연기를 하는 그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배우 지성이 아닌 맡은 역할만 보이도록 연기한다.자연스럽고 섬세하기까지 한 그의 연기는 항상 믿어진다.

윤상원 극작가 겸 연출가 : 배우는 대본에 표현된 인물 이상으로 극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하고 표현했다. 특히 밴드 멤버들과의 신 에서 연기의 능숙함이 드러난다. 다만 배우의 에너지가 본인에게만 쌓이는 부분은 아쉽다.

최당석 동서울대학교 연기예술과 전임교수 : 다음회가 기대되지 않는 뻔한 드라마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성이 버틸 수 있는 건 애써 잡은 캐릭터!

지성 연기력 부문별 평가

지성의 연기력은 대본 이해 분석력, 표현과 창의력, 내적정서의 진정성, 화술과 제스추어, 배우의 매력성 총 5가지 부문으로 평가됐다. 5가지 부문 중 대본이해 분석력이 가장 높은 점수(81.6점)을 얻었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는 지성의 대본이해 분석력에 대해 "대본을 보고 지시문 하나 하나 작가의 고민을 풀어주는 배우"라며 "이런 장점은 전작 '킬미힐미'에서 극대화되어 잘 보여진거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원 연출가 역시 "대본에 우연한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되는데 배우가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표현과 창의력 부문과 배우의 매력성 부문에서는 대부분 자문단들이 아쉬운 점수를 줬다. 신석호라는 캐릭터가 가진 특성상 주인공 임에도 주변 배우를 뒷받침 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종합 : 대상을 수상한 배우, 그 무게를 견뎌라

지난해 '킬미힐미'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대상 배우가 된 배우 지성. 동료 배우 이보영과의 결혼 이후 지난 해 첫 딸 아이를 품에 안는 개인적인 경사까지 겹쳐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999년 '카이스트'로 데뷔, 2003년 '올인'으로 주연급으로 도약한 그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뉴하트', '태양을 삼켜라'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아무래도 최근 작들이다. 황정음과의 멜로 '비밀'과 대상 수상작 '킬미힐미'가 그것이다.

사실 지성은 대부분 드라마에서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1순위 배우의 기대치 이상의 몫을 해내며 믿고보는 배우 반열에 올랐다. '킬미힐미' 역시 그 중 한 작품이다.

그 가운데 운명이라며 선택한 '딴따라'의 성적은 영 신통치 않아 한창 상승곡선을 타고 있던 지성에게는 아쉬운 필모그래피로 남을 것 같다.

지성의 연기력에 대한 자문단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드라마 자체의 매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도 지성의 나홀로 분투를 눈여겨 보는 의견과 대상 수상의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인상을 준다는 의견이 교차했다.

안혁모 동국대 연극학부 외래교수는 그의 연기를 "꽉 채운 진정성을 바탕으로 넘치지 않는 정확한 연기"라고 호평했으며 "출연하는 작품마다 배우 지성이 아닌 맡은 역할만 보이도록 연기한다. 자연스럽고 섬세하기까지 한 그의 연기는 항상 믿음이 간다"고 호평했다. 최당석 동서울대학교 연기예술과 전임교수 역시 "다음회가 기대되지 않은 빤한 드라마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성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애써 잡은 캐릭터"라고 그의 연기를 추켜세웠다. 윤상원 연출가도 "배우가 대본에 표현된 인물 이상으로 극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하고 표현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다수였다.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틱 연구소 소장과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의 의견은 달랐다. 지성의 연기를 "화려한 기술 속에 공허한 내적진실"로 정리한 것. 또 "전작 '킬미힐미'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도 지적했다.

서은혜 CNC 스쿨 원장 역시 "중반을 지나 특유의 섬세한 연기를 볼 수 있는 재미가 더해졌지만 끝까지 겉돈다는 느낌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연기대상에 부담이 컸던 걸까"라고 평가했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 역시 "지난해 연기대상을 받은 지성의 압박감이 느껴진다"라고 지적한 것에 이어 "이번 작품은 캐릭터보다는 휴먼 감동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킬미힐미'와 비슷한 장점만 보여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를 지적하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윤상원 연출가는 "배우의 에너지가 본인에게만 쌓이는 부분이 아쉽다. 발음과 발성, 자연스러운 대사 표현이 좋지만 소리가 상대방에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자신에게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으며, 서희 교수는 "드라마가 재능 있는 인물을 발굴해 성공시키는 역할이니 다른 배우들을 더 살려줘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 지성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 것 같다. 그에게서 매니저, 이사, 대표에게 느껴져야 할 마스터로서의 감동이 적다"라고 평했다.

지성은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체화시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나 장면도 거부감 없이 소화한다. '딴따라'에서도 지성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다만 자문단이 지적하듯 지성의 활약은 종종 과도한 원맨쇼로 느껴진다. 잔뜩 들어간 힘을 조금은 덜어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성은 여전히 '킬미힐미'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상을 수상한 배우, 그 무게를 견뎌 또 한 번 도약해야 때다.

sypova@sportschosun.com, silk781220@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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