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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인생작 만났다.
아쉬운 주말, '열일'하는 남자 배우들이 안방극장의 열기를 지피고 있다. KBS2 '아이가다섯'의 성훈, MBC '옥중화'의 고수, SBS '미녀 공심이'의 남궁민이 바로 일요일 밤 잠 못 이루게 하는 심장 저격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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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은 2011년 SBS '신기생뎐'으로 데뷔, 모델 출신다운 훤칠하고 선굵은 비주얼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신의', '가족의 탄생', '열애' 등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의외로 고전했다. 그랬던 그가 '오 마이 비너스'에서 장준성 역으로 슬슬 입질을 시작하더니 '아이가 다섯' 김상민 캐릭터로 포텐을 터트렸다.
'아이가 다섯'의 김상민은 귀여운 츤데레다. 톱스타라는 자부심 하나로 똘똘 뭉쳐 개념 상실한 안하무인으로 살았지만 이연태(신혜선)를 만나 개과천선했다. 귀여움과 멋짐을 동시에 장착한 백마탄 왕자님으로 거듭난 것이다. 김상민은 이연태의 순수한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좀처럼 반응이 없는 이연태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자 안달복달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가하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에는 "오늘부터 사귀자"라고 돌직구 고백을 하거나, 홀로 볼링을 치는 이연태 앞에 나타나 기습 허그를 하는 등 상남자 포스 풀풀 풍기며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처럼 성훈은 비호감 조연 캐릭터로 시작했지만 능글맞은 연기력과 훤칠한 비주얼로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내는데 성공했다. 오히려 주인공인 안재욱-소유진 커플보다 성훈-신혜선 커플의 러브라인에 관심을 보이는 시청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쯤되면 드라마 인기 견인차라 해도 손색이 없다. 데뷔 5년 만에 제대로 된 인생 캐릭터를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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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은 '미녀 공심이'의 안단태를 만나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남궁민의 주특기는 사이코패스 연기였다. '냄새를 보는 소녀'의 권재희도,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남규만도 모두 그런 캐릭터였다. 그밖의 연기에 대해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미녀 공심이'에서는 달랐다. 분노, 멜로, 오열, 코믹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총망라한 감정연기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출생의 비밀에 충격받고, 아버지를 다치게 한 범인을 찾기 위해 위장취업 하는 모습은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잠시. 공심(민아)을 돕기 위해 연변사투리까지 써가며 시청자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그런가하면 공심과 키스를 하려는 등 '썸의 정석'을 보여주며 핑크빛 무드를 연출하기도 했다.
다소 연기 내공이 부족한 민아(걸스데이)를 뒷받침하며 극을 홀로 이끌어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남궁민은 자유자재로 연기 모드를 바꿔가며 안단태의 감정 롤러코스터에 시청자를 합승시키는데 성공했다. '미녀 공심이'는 남궁민의 원맨쇼에 힘입어 10%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예상밖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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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분명 '열일'하는 배우였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해왔다. 조각같은 외모 덕에 '고비드'(고수와 다비드의 합성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잘생긴 외모 때문인지 연기력 자체가 조명받는 일은 드물었고, 작품 흥행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2002년 방송된 SBS '피아노'가 그의 대표작으로 꼽혔을 정도다.
그래서 처음 고수가 '옥중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유난히 흥행에 약했던 비운의 배우 고수가 '사극 거장' 이병훈PD와 최완규 작가를 만나 징크스를 깰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증을 자극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고수는 극중 윤원형(정준호)의 서자 윤태원 역을 맡았다. 기존의 무게감 있고 슬픈 연기톤을 버리고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반전을 선사하는 한편, 웃음 뒤에 간직한 내면의 상처까지 풀어내며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아냈다. 고수의 기분 좋은 연기변신에 시청률도 응답했다. '옥중화'는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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