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주말극 '아이가 다섯'이 현실과 막장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꼬일대로 꼬인 인간관계만 보면 막장 드라마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아이가 다섯'에 대해 큰 호감을 보이고 있다. 소재 자체는 막장일지라도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막장 드라마와 달리 유쾌하고 재밌다는 것이다.
이상태(안재욱)와 안미정(소유진)의 가족만 봐도 그렇다. 이상태는 아내와 사별한 뒤 아이 둘을 홀로 키우는 싱글 대디로, 안미정은 남편과 이혼한 뒤 아이 셋을 기르며 직장까지 다니는 슈퍼 워킹맘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주변은 온통 비상식으로 점철돼 있다. 이상태의 처가는 처가살이를 하는 사위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여왔다. 이상태의 모친은 자신의 아들도 아이 둘이 딸린 사별남이건만 아이가 셋이나 딸린 이혼녀라는 이유로 안미정과의 재혼을 결사 반대한다. 하나같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물들은 막장 드라마 속 발암 유발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미정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안미정의 전남편 윤인철은 아내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강소영(왕빛나)와 불륜을 저질러 이혼했다.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장본인으로서의 반성 따위는 없다. 안미정은 부모의 이혼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될 경우 큰 상처를 받을 걸 우려해 이혼 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윤인철은 아빠 노릇을 하게 해달라며 갖은 진상을 부렸고 결국 이혼 사실을 고백하게 만들었다. 이상태와 안미정의 재혼 로맨스는 장애물이 너무 많아 혈압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알콩달콩 로맨스는 재혼 로맨스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큼하고 달달해 모든 짜증 요소를 덮고 있다.
김상민(성훈)과 김태민(안우연) 형제의 관계도 꼬였다. 이연태(신혜선)와의 관계 때문이다. 이연태는 7년 동안 김태민을 짝사랑했지만 마음을 고백해보지도 못한채 장진주(임수향)에게 김태민을 빼앗겼다. 이후 이연태는 김상민이 김태민의 형이라는 걸 모른채 김상민과의 연애를 시작했다. 김상민은 모든 인간관계를 알고 있지만 이를 감추려 고군분투 하는 중이다. 지난 19일 방송에서도 형제의 난을 피하기 위한 김상민의 귀여운 꼼수는 이어졌다. 김상민은 김태민에게 '형보다 먼저 결혼하지 않는다', '형의 결혼을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형수에 대해서는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각서를 받아냈다. 이연태와 자신의 관계를 공개했을 때 김태민의 반응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또 예비형님 이상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진해서 패션쇼에 나서는 등 이연태와의 결혼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까칠했던 김상민의 고군분투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김태민이 모든 전후 사정을 파악, 이야기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처럼 '아이가 다섯'은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들에 로맨틱코미디를 버무려 극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일명 '착한 막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