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이하 '1박2일') 이화여대편 2탄에서는 '저녁밥 복불복'을 놓고 멤버 전원에게 '5분 특강' 미션이 주어졌다.
가장 먼저 강의에 나선 윤시윤은 '내비게이션이 모르는 길'이라는 타이틀로 강단에 나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카'에서 레이스에 나선 주인공이 고장으로 인해 우연히 들어선 길, 내비게이션에 없던 길을 이야기했다. 덜컹거리는 그 길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도 겪고, 예기치 않은 친구도 만나고, 아름다운 풍경도 지났다. 고속도로보다 느리지만 예쁘고 의미 있는 길에서, 풍성한 스토리로 꽉찬 길을 씩씩하게 열어가는 이야기를 조근조근 전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깜짝 스타덤, 시청률 50% '제빵왕 김탁구'의 주연배우로서 화려한 길, 정해진 길을 가는 동안 "행복하지 않았다"고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제가 한 것이 아니니까요. 여기서 뭔가 더하면 잃을 것만 같았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겸손하면서도 솔직했다. "군대에서 가장 눈물나게 후회한 것이 나는 왜 그 오르막 내리막을 가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주원 박신혜 등 동료 배우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내리막을 가더라도 도전하기로 결심했다"는 솔직한 고백에는 강렬한 울림이 있었다.
제대 이후 그가 선택한 길은 변화와 도전, 모험이었다. 실패할까봐, 이미지가 망가질까봐 '예능' 러브콜에 숨곤 했던 그가 대세 예능 '1박2일' 멤버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절로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저의 삶에 있어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의 풍경을 보고 싶어서 '1박 2일'을 선택했다. 오르기 힘들고 내려갈 때 무섭겠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겠다." 뜨거운 공감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강의는 '속 깊은 배우' 윤시윤의 진가를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꽤 똘똘한 연기자로만 기억했던 윤시윤의 새로운 면모였다. '무한긍정, 열일의 아이콘' 윤동구가 혹시 '1박2일' 속 흔한 설정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싹 가셨다.
2013년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청춘' 중 공개된 윤시윤의 서재.
이날, 윤시윤의 명강의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1박2일'에서 스스로 말했듯 윤시윤은 강의 듣기를 즐긴다. 스케줄 사이 이동하는 틈틈이 명강사들의 명강의를 통해 배움과 깨달음을 얻었다. 강의의 플롯, 포인트와 기승전결을 안다.
윤시윤은 자타공인 독서광이다.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 할아버지, 할머니와 유년기를 보낸 그는 동네 서당을 다니며 사자소학을 익혔다. 2012년 SBS예능 '강심장'에서 박신혜는 "윤시윤은 활자중독증처럼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뭔가 배울 때 책으로 먼저 학습해 '공부왕 김학습'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고 했었다. 2013년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청춘'을 통해 책 2000여권이 빼곡한 자택 서재를 공개했다. 가장 좋아한다던 책 김훈의 '칼의 노래'는 표지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2년전 MBN과의 인터뷰에선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저마다 불안감이 있고 그걸 이겨내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저에겐 독서가 불안감을 이겨내는 방식이다. 책을 많이 보면 공격력은 안생기는데 확실히 방어력은 생기더라"고 했었다. 2000권이 넘는 책을 소장하고, 소설, 법학, 의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독서가'의 숨은 내공이 예능을 통해 반짝반짝 빛났다.
소년의 얼굴을 한, 선한 미소의 이 배우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 배우 참 괜찮다.' 섬섬한 '청춘 배우'의 담담한 진심 스토리에 연일 사건, 사고로 지친 마음들이 위로 받았다. 500여 명의 여대생 앞에서 자신의 진심을 저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30대 배우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결국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