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굿와이프', 미드 원작과 다른 설정 셋

기사입력 2016-07-22 08:42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CBS 미국 드라마(The Good Wife)를 원작으로 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가 방송 4회 만에 4.5%의 시청률 속에 순항 중이다.

지난 8일 뚜껑이 열린 이후, 원작과 80% 가까이 흡사한 스토리 텔링과 대사로 번안 드라마에 가깝다는 반응 속에서도 한국 시청자들을 위한 한국 드라마적인 몇몇 설정들이 눈길을 끌었다. 원작과의 연결 고리를 애써 부인하기 보다원작에 충실한 스토리 구조 가운데, 캐릭터나 상황의 설정에 차별화를 둔 한국판 '굿와이프'인 것.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온전히 새로운 드라마를 즐기는 재미가 있지만, 원작을 미리 접해본 이들은 두 작품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작과의 차별화 된 설정을 짚어보았다.


사진제공=tvN
1. 전도연은 왜 그 때 변호사가 되지 못했나

원작 팬들이라면 단번에 눈치챌 만한 차별점이 있다. 바로 김혜경(전도연)이 연수원 시절 변호사의 꿈을 접게 된 이유다. 원작에서 알리샤(줄리아나 마굴리스)는 결혼과 내조로 인해 변호사의 꿈을 포기했다. 하지만 한국판에서는 또하나의 양념이 추가됐다. 혜경이 변호사가 될 수 없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 것이다. 드라마 상에서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교통사고가 얽힌 불미스러운 사건이 그녀의 뒤를 불안하게 쫓고 있다. 또 여기에는 남편 이태준(유지태)까지 연관되어 있어 가뜩이나 남편의 성 스캔들로 인해 불안해진 부부의 관계가 더 초조해 보인다. 이 모종의 불미스러운 사건은 드라마의 전체적 스토리 라인 속에 결정적 사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 초반부터 확실해진 선악대비

원작과 가장 큰 차이는 명확한 선악대비이다. 원작에서 주인공의 남편, 피터 플로릭의 적수로 등장하는 글렌 차일즈는 뱀처럼 간사하고 갖은 술수를 쓰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는 적의를 대놓고 드러낼 정도로 우둔하지 않으며 적당히 가면을 쓰고 피터와 알리샤의 숨통을 조여온다. 물론, 알리샤가 그런 글렌을 여유롭게 대처하며 한 방 먹이는 장면은 통쾌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반면, 한국판에서의 글렌, 즉 최상일(김태우)은 대체 태준과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적의를 드러내는 인물로 나온다. 혜경을 대하는 그의 태도도 정치적이라기 보다 적대적이다. 혜경이 그를 대하는 태도 역시 여유롭다기 보다 지친 짜증이 한껏 묻어나온다.

이 가운데, 지난 4회에서는 상일과 그의 아내의 이혼 변호를 혜경이 맡게 되는 에피소드를 통해 상일 캐릭터는 더더욱 악의 축에 가까워지게 됐다. 원작에서는 시즌1의 에피소드 11에서 등장하는 글렌 차일즈와 그의 아내의 이혼 에피소드가 바짝 앞으로 당겨지며 드라마 속 선악구도는 초반부터 명확하게 굳어지게 됐다.


예컨대, 혜경이 자신의 아내의 변호를 맡은 사실에 화가 난 최상일이 로펌으로 찾아와 혜경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채는 장면은 원작과 톤이 확 달라 눈길을 끌었다. 미드에서는 같은 장면에서 글렌이 알리샤의 손목을 잡아 채려 했으나 알리샤가 이를 뿌리치고 강하게 제지하자 글렌도 더 이상 무력으로 알리샤를 제압하지 못하는 장면으로 그려지는 반면, 한국판에서의 혜경은 손목이 잡힌 채 꼼짝 못하고 있고 중원이 다가와 그런 혜경을 구해주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사진제공=tvN
3. 비중 작아진 조연 캐릭터

한 남자의 아내로만 살던 여자가 남편의 성추문으로 인해 중년의 나이 변호사로 새 삶을 시작하며 자신의 삶도 바로 세운다는 내용의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가장 주요한 스토리는 바로 주인공 알리샤/김혜경의 성장이다. 여기에는 한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롭게 몸을 담게 된 로펌 식구들이 큰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칼린다/김단의 역할이 크다. 한국에서는 나나가 연기, '칸의 여왕' 전도연과 견주어 결코 꿀리지 않는 여유로운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캐릭터의 비중은 왠지 아쉽다. 원작에서 칼린다와 알리샤는 사건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차츰차츰 동료로서의 우정을 키워나가게 되고, 결정적 순간 뼈 있는 조언으로 알리샤에게 도움이 되는 인물로 등장한다. 또 남편 피터나 글렌 등 검사와의 특수한 관계로 인해 항소심에서 피터의 가석방을 돕고 글렌을 코너로 모는 기지를 발휘하는 장면도 초반에 등장하는 명장면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판에서의 김단은 원작에서 보여준 칼린다의 캐릭터를 단편적이고 장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그친다.

김단과 같은 매력적인 조연들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한국판에서는 남편, 태준의 비중이 확연히 늘었다. 혜경과 그 주변 인물들보다는 태준과 혜경의 관계에 더 치중한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 불륜과 부부 갈등에 제작진이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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