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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이번에도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블과 다른 DC 영화들의 문제점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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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에 비해 한참 뒤쳐진 DC가 하루라도 빨리 많은 캐릭터를 출격시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자신들만의 DC 세계관을 구축하려고 욕심을 부렸다. 그로 인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는 메인 캐릭터만 7명이 등장한다.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것만 보면 마블의 히트작 '어벤져스'를 떠오르게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어벤져스'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다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7명의 캐릭터들은 솔로무비 없이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한 영화에 우루르 등장한 캐릭터들의 서사를 만들기는 역부족이다. 영화 초반 아만다 국장(비올라 데이비스)의 말을 빌려 각 인물들의 서사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이는 단순한 캐릭터 특징 설명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서사가 펼쳐지는 캐릭터는 할리 퀸(마고 로비)와 조커(자레드 레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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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기억에 남는 건 할리 퀸(마고로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려 7명의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지만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는 오로지 할리 퀸 뿐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할리 퀸을 연기한 배우 마고 로비의 높은 싱크로율과 매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캐릭터간의 밸런스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캐릭터 분량부터 표현까지 할리 퀸에게 집중됐다. 빌런(악당) 군단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가 아니라 마치 할리 퀸의 솔로 무비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지난 4월 개봉한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본래 '어벤져스' 멤버들은 물론 새롭게 '어벤져스'로 합류하는 멤버들(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새로운 악역과 조연까지 10명이 넘는 주요인물이 등장했지만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 영화 타이틀이 '캡틴 아메리카'이니 만큼 캡틴 아메리카와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아이언맨의 분량이 더 많긴 했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중요도에 맞게 분량과 활약상을 적절하게 배분했다. 이는 각 캐릭터들의 다음 영화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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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봉한 DC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는 영웅의 역할에 대한 엄청난 신념을 가지고 물러섬 없이 대립하던 배트맨과 슈퍼맨이 서로 엄마의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갑자기 화해하고 한 팀이 됐다. 같은 엄마의 자식도 아니고 엄마의 이름이 같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대체 왜 서로 죽일 듯이 싸웠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갑작스럽게 손을 잡고 죽마고우가 된 것. 이런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는 관객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실수를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그대로 범한다. 억지로 한 팀을 이루게 돼 협력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하지 않던 캐릭터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세상 둘도 없는 친구들이 된다. 협동 보다는 마이웨이를 강조하던 제멋대로 캐릭터들이 최후의 결투에서 '우리는 친구잖아' '우리 가족 건들지마'이라 식의 오글거리는 대사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이런 캐릭터의 급작스러운 심경 변화는 '악당으로 결성된 단체'라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특유의 매력도 깎아 먹었을 뿐만 아니라 히어로 영화만의 카리스마도 잃게 만든다.
자신이 저지른 일들과 트라우마로 인해 오만방자하던 아이언맨이 서서히 룰을 중시하는 인물이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언맨이 느꼈을 심경과 감정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렸던 마블 영화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부분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