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라기보단 작품이다, 핸드 메이드 수트 A to Z

기사입력 2016-09-02 15:11



진짜 핸드 메이드 수트란 무엇일까.

커스터마이징의 인기가 뜨겁다. 자신만의 개성이 중요시되면서 남들과는 다른,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찾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커스터마이징 열풍 속에서 가장 영향을 받는 패션 분야는 바로 수트. 자신만을 위한 맞춤 정장, 비스포크 수트를 찾는 고객이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맞춤 정장이 다 같은 건 아니다. 비스포크 수트라고 불리는 맞춤 정장에도 품질, 제작 과정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소비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맞춤 정장의 명칭, 차이점, 제작과정을 핸드메이드 수트 브랜드 마크론슨의 이영득 대표에게 물어보았다.


▲비스포크? 접착식? 헨드메이드?

비스포크 수트는 맞춤 정장을 일컫는다. '예약하다.주문하다.맞춤제작하다'라는 뜻의 비스포크는 미리 만들어진 기성복, 레디 메이드의 반대 말이다. 따라서 비스포크 수트는 맞춤 정장을 통칭하는 말이며 제작 방식에 따라 비접착식과 접착식으로 나뉜다. 흔히 '비스포크 수트=비접착식 수트'라는 생각은 오류가 있는 것이다.

접착식 수트는 안감과 겉감을 프레스 기계와 열을 이용하여 접착하는 방식이다. 접착식은 빠르고 저렴하게 수트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대부분의 기성복 수트가 이 방식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단점은 습기, 열에 노출될 경우 옷이 변형될 수 있다는 것. 열과 접착제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옷의 틀이 변하거나 주름이 발생할 수 있다.

비접착식은 완전 핸드 메이드 제작방식을 말한다. 겉감과 안감, 서로 다른 재킷의 구성요소들을 손바느질로 하나하나 이어 만들어진다. 따라서 비접착식은 장기간, 많은 비용이 소모되지만 시간이 지나도 뒤틀림과 주름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착용자의 몸에 맞게 변형되어 더 멋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라펠을 까보면 알 수 있다. 비접착식 수트의 바느질


비접착식과 접착식을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라펠을 뒤집어 보는 것이다. 비접착식은 라펠 속 심지, 안감을 바느질로 연결하기 때문에 라펠 뒷면에 촘촘한 바느질 자국이 있다. 비접착식은 핸드 메이드 방식으로 일일이 손으로 라펠의 모양, 심지, 안감을 고정시켜 주기 때문에 변형 없이 보다 탄력있는 형태를 유지해 준다.

이영득 대표는 "좋은 원단은 천연소재다. 천연소재의 특징은 살아 숨쉰다는 점이다. 하지만 접착식은 숨구멍을 막아버리기 때문에 원단의 생명력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원단, 데일리 수트의 경우는 접착식으로 제작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좋은 원단을 사용한 수트에 접착식을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 이 대표는 "좋은 원단은 좋은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옷이 만들어진다. 이게 핸드 메이드를 고집하는 이유다"며 비접착식과 접착식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줄자부터 단추까지. 핸드 메이드 수트의 완성

비접착식 핸드 메이드 수트는 시작은 줄자다. 줄자로 고객의 신체를 낱낱이 측정해 최고의 착용감, 최고의 형태를 그려낼 준비를 한다. 이 측정 작업에 가장 중요한 점은 경험. 어깨 너비가 같은 두 남성이라도 견갑골이 돌출 되었는지, 일자로 펴졌는지와 같은 세세한 차이를 포착해 도면에 그려낸다. 이영득 대표의 "테일러의 노하우, 경험을 통해 고객의 체형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테일러가 직접 측정해야 한다"라는 말처럼, 신체 측정은 테일러의 능력이 중요시되는 작업이다.

측정된 신체 사이즈를 바탕으로 테일러는 종이에 도면을 그린다. 이렇게 그려진 종이 도면은 가봉옷을 만들 때 사용된다. 수백 수천개의 원단 중 고객이 선택한 원단에 오려진 종이 도면을 올려 다시 재단하고 가봉옷이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가봉옷은 말 그대로 가짜로 봉해진 옷이다. 고객은 다시 한번 가봉옷을 입고 더욱 더 디테일한 신체 측정을 한다. 원하는 원단으로 조립된 옷을 입고 착용 시 드러나는 신체적 특징을 다시 조율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가봉 작업은 고객의 신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이어진다. 1번만에 완성될 수도, 혹은 2,3 차례에 걸쳐 가봉이 이뤄질 수도 있다. 최적의 실루엣에 도달하면 가봉옷은 다시 분해된다. 분해된 가봉옷은 이음새와 안감 등의 디테일의 세세한 작업을 거쳐 다시 조립된다.


손바느질로 다시 구성 요소들을 연결하고, 단추와 라펠 같은 디테일 작업이 마무리되면 한 벌의 핸드 메이드 수트가 탄생한다. 신체 측정에서 부터 완성된 수트까지, 핸드 메이드 수트는 말 그대로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과정이다.

이 대표는 "수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착용감이다. 착용감이 뛰어나다는 것은 그만큼 몸에 잘 맞고, 멋진 라인을 그려낸다는 뜻이다"라고 전했다. 패턴, 디테일 같은 요소도 중요하지만 신체에 꼭 맞는 착용감,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실루엣이 가장 멋있다는 것. 브랜드와 화려한 디테일 보다 나만을 위해 제작된 핸드 메이드 수트로 클래식한 멋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스포츠조선 뉴미디어팀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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