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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리우올림픽만 끝나면, 신바람 나는 (예능)기획안들이 등장하고 개편의 바람이 불줄 알았는데, 고요하다. 추석 파일럿들이 대부분 기대이하이기 때문이다.
3사 예능 국장들은 후보작을 보며 실망한듯 입맛을 다시고 있고, 출품한 CP와 PD들은 머쓱하다. 시끌벅적한 정규 입성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어부지리로 설 파일럿이 정규가 되기도 한다. '고만고만한 추석 파일럿'으로만 가득한 3사 예능국의 현실이다.
'확실하게 재밌는 예능이 없다'라는 평까지 흘러나오는 현 상황. 거품이 터지기 직전, 정체된 모습의 예능 시장에서 거의 모든 예능PD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씨익' 웃고 있는 PD한명이 있다. SBS '미운우리새끼'의 곽승영PD다.
기자는 실제로 출근길의 그가 SBS 로비에 등장하자, '표정이 폈어 아주'라며 달려가 반기는 그의 동료들과 그에 활짝 웃는 곽PD의 얼굴을 봤다. 그가 왜 요새 신이 났는지, 발걸음이 왜 가벼운지. 또한 방송가, 예능가에서는 왜 '미우새'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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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도, 예능 안보신다는 부모님도 단골 시청자
현존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포맷이 ①아예 없거나, ②장황하거나, ③서로 비슷하다.
①번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은 사실상 '섭외력'이 제작진 역량의 전부. 매번 바뀌는 게스트들에게서 재미를 쥐어짜야 하고,
②번은 마니아를 낳지만 시청률을 잃는다. 이어지는 시즌마다의 차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
③번은 A급 방송인들을 방목한 채 케미와 큰웃음을 로또처럼 기다려야한다. 포장지만 다를뿐, 내용물은 같다는 푸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곽승영PD는 무엇보다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독창적이면서도, 과부하가 없는 프로그램, 그 어떤 예능과도 구별되는 향기를 주되, '프로그램 설명'은 한 줄로 쓸 수 있는 방송을 만들고자 한건 아닐까. 결국 그가 만들어낸 '미우새'라는 집은 MC와 출연자, 제작진 모두의 역량이 골고루 분배된 포맷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어머니들이 나이든 노총각 아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심플한 포맷 속에서 국수 뽑듯 재미를 양산하고 있으며, 남녀노소가 부담없이 함께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또한 힘들이지 않은 작은 프로그램인듯 하면서도, 4명의 일상을 비춰야하는 큰 프로그램이라는 '입체미'도 일품. 스튜디오(MC진-어머니들)에서는 누구나 공감 가능한 웃음과 감동이 터지고, VCR(김건모-박수홍-토니안-허지웅)에서는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도 몰입이 수월하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꼭 '신동엽·한혜진·서장훈'
3명 모두 물 만났다. 주어진 멍석이 '딱' 놀기 좋은 듯, 각자가 출연중인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편안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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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를 넘어 다큐멘터리 같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철저히 '내려놓은' 노총각들의 솔직함이 놀랍다. 레전드 스타인 김건모는 게임기를 만지작 거리고 소주 냉장고를 사며 3:3 미팅에 참가한다. 늘 젠틀해만 보였던 박수홍은 클럽 비트에 맞춰 춤을 추며 '멋진 싱글이 될거야!'라고 외친다. 허지웅은 제작진을 비난하거나 차를 팔고 비뇨기과에 가고, 토니안은 청결하지 못한 일상을 대놓고 드러내며 피씨방에서 오징어를 뜯는다. 방송 자체의 재미도 충분하지만 기사나 SNS, 커뮤니티로 번져가는 화제성은 여기서 나온다.
CCTV를 보듯 아들의 삶을 바라보는 어머니들도 가식은 없다. 아들을 감싸기도 하지만, 혀를 차며 앞장 서 손가락질 한다. 예상치 못했던 아들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휘동그래진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기도 한다. 또한 '남의 아들'의 VCR을 보면서도 외마디 정겨운 비난을 내뱉는 어머니들의 솔직한 리액션도 '미우새'만의 백미 중 하나. '우리 아들이나 저집 아들이나 다 똑같은 녀석들'이라 여기는 어머니들만의 푸근함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자, 토크 방송이면서도, 관찰 예능에 '육아'예능이기도 한 '미우새'는 파일럿으로 시작해 1회부터 5회까지 방영된 현재까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벽도 뚫을 기세. 손쉽게 금요일 예능 왕좌를 차지한 '미우새'가 한국을 넘어 포맷 수출까지 이뤄내는 모습도 기대해 본다.
ssale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