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 프로리그,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기사입력 2016-10-24 16:49


지난 2004년 7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에는 10만명의 관중들이 몰려드는 대성황리에 펼쳐졌다. 스포츠조선DB

지난 2004년 7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프로리그 결승전에는 10만명의 관중들이 몰려드는 대성황리에 펼쳐졌다. 스포츠조선DB

'스타크래프트2'로 치르는 전세계 최초의 팀리그인 '프로리그'가 결국 14년간의 영욕을 안고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프로리그의 운영을 지난 18일로 종료한다는 전병헌 협회장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2003년 '스타크래프트1'을 활용해 팀단위 e스포츠 리그의 시초가 됐던 프로리그는 올해까지 14년을 이어온 한국, 그리고 글로벌 e스포츠의 근간이었다. 지난 2012년에는 '스타크래프트1' 시대를 끝내고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 변화를 하면서도 생명력을 이어갔다.

프로리그의 탄생 덕분에 개인리그가 주를 이루던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에서 팀리그가 정기적으로 시작됐고, 많은 기업팀들의 창단 러시도 이어졌다. 2000년대 초중반 e스포츠의 전성기와 함께 2004년과 2005년 연달아 '광안리 10만 관중 신화'를 달성한 것도 프로리그였다. 또 임요환 이윤열 박정석 홍진호 강 민 이영호 등 많은 e스포츠 스타들이 탄생했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게이머는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로 발돋음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스타2' IP에 대한 지적재산권 파동으로 블리자드와 국내 e스포츠계가 오랜 기간 갈등을 빚으면서 많은 팬들이 등을 돌린데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스타크래프트'로 치르는 프로리그, 그리고 스타리그나 GSL 등 개인리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승부조작 파문까지 겹치면서 e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더욱 위축됐다.

전병헌 회장은 "그동안 프로리그는 수준 높은 경기와 새로운 이야기로 팬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얻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전세계적인 e스포츠 후원 중단 및 축소 여파와 사상 초유의 e스포츠 승부조작, 프로팀 해단 등 프로리그 운영에 큰 위기를 맞는 등 주최자로서 협회나 각팀들은 리그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협회는 최소팀 유지를 위해 제8게임단의 위탁 운영을 비롯해 해외 연합팀을 프로리그에 참여시키고 비기업팀의 프로리그 참가 지원, 해외 중계권 판매, 해외 대회들과의 협력 강화 등의 노력을 했지만 인기 하락의 대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스폰서 영입도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전 회장이 2013년 협회를 맡기 이전까지 협회장사를 역임했던 SK텔레콤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수년간 홀로 대회 스폰서를 하기도 했다.

이미 올해 초부터 프로리그 지속 여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오고간데 이어, 블리자드의 최신작 '오버워치'가 인기를 끌면서 다수의 팀들이 이 종목으로 갈아타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사실상 프로리그 중단은 기정사실화 돼 있는 상태였다. 또 7개 프로팀 가운데 진에어와 아프리카 프릭스 정도를 제외한 5개팀이 팀 해체를 결정하면서 더 이상 존속이 어려워졌다. 이로써 대부분의 선수들은 남은 국내팀이나 해외팀으로 이적해 WCS를 비롯한 개인전 대회에 주력하거나 혹은 은퇴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크래프트1'을 활용한 개인방송에 나설 선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다른 종목에 밀리며 팬들과 스폰서의 관심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승부조작에 대한 우려도 프로리그의 지속성에 상당한 타격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e스포츠 관계자는 "아무래도 '스타크래프트2'가 개인 대결이다보니 아무리 막는다해도 승부조작에 대한 유혹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여기에 연루된 선수들과 감독이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죄의식이 옅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팀과 선수들간의 신뢰 관계마저 깨질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소수 참여자들의 '법적, 도덕적 해이'가 끝내 스스로의 터전을 무너뜨리고 만 셈이다.

협회는 오는 11월 열리는 WCS 글로벌 파이널 출전 선수들에 대한 지원 및 '스타크래프트2'를 활용한 KeSPA컵 확대 등을 통해 국내 프로 선수들을 계속 지원할 예정이다. 전 회장은 "그동안 프로리그에 열정을 바친 선수들과 코치, 감독, 팀 사무국, 캐스터, 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 분들과 항상 응원을 보내준 e스포츠 팬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스포츠 시장을 선도하고 e스포츠를 대중 콘텐츠로 만드는데 기여한 프로리그가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자랑스럽고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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