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게임산업 리더들, "이제는 정관계로 적극 진출하라!"

기사입력 2016-11-21 08:53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엑스엘게임즈 최관호 부사장

네시삼십삼분 권준모 의장

카카오 남궁훈 부사장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권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2주 연속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100만명의 민심은 현 정부뿐 아니라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 일만 잘 하면 된다'라는 생각에 그동안 무관심했던 정치가 얼만큼 우리의 생활에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요즘이다. '누군가 하겠지'가 아니라 '나부터 나서야 한다'는 '행동하는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 가운데 게임은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자산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선실세들이 문화사업과 스포츠를 좌지우지 했지만 게임산업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산업적 문화적 가치에 비해 그만큼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측면도 있다.

정치권의 혁신적인 탈바꿈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먹거리인 게임산업을 책임졌던 게임 1세대들에게 적극적인 정계와 관계 진출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외적으로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게임 코리아'를 지켜나가기 위해,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평가절하 되고 있는 게임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상황이다. IT업계에선 이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다양한 인물들이 정관계에 진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단 그 첫 테이프는 게임사 웹젠 의장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끊었다. 지난 4월 펼쳐진 20대 총선에서 경기 분당갑 지역구에 나선 김 의원은 여당 텃밭이라는 한계를 딛고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를 꺾으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초 비상대책위원으로 입당한 김 의원은 비례대표 혹은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략 공천을 통해 힘든 지역구에 투입돼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뒀다.

다만 김 의원은 1400억원(18일 현재)의 웹젠 주식을 보유, 게임산업과 직접 관계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가 아닌 산업통산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웹젠 지분을 매각 혹은 백지신탁을 해야 교문위에 속할 수 있다. 게임산업과 관련된 의원입법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 의원은 지스타를 비롯해 각종 게임 관련 행사에 등장해 힘을 실어주는 한편 청년고용 등의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누구보다 게임산업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측면에선 게임산업에선 든든한 후원군이다.

향후 정계로 진출할 잠재적 후보군은 적지 않다. 한국 게임산업의 리더격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크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를 만들어 게임산업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개발자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예전부터 송 대표는 이런저런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엑스엘게임즈 최관호 부사장 역시 충분히 정계 진출이 가능한 인물이다. 최 부사장은 좀처럼 내켜하지 않는 지스타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수년째 맡고 있을 정도로 기꺼이 '총대'를 맬 사람으로 꼽힌다. 정치적 성향도 상당히 진보적이다.

네시삼십삼분 권준모 의장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 게임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권 의장은 한국청년유권자연맹이라는 정치 시민단체에 참가했을 정도로 정치권과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의 남궁훈 부사장은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지스타 보이콧'을 주도했고, '게임인재단'을 만들어 초대 이사장을 지냈던 것에서 나타나듯 리더십이 상당하다.

정치권 못지 않게 중요한 분야는 정부 기구이다. 정책을 입안하며 예산을 활용해 직접 실행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전병헌 전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정책실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정책관 자리를 신설해 게임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개방형 공무원 채용 문호를 적극 활용하거나 혹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으로 나서는 등 정부 섹터에서도 충분히 활동할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교문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게임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실의 관계자 역시 "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 그리고 책임성을 위해서라도 게임산업 리더들의 활발히 정관계에 진출, 활발히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산업 전반의 법적-제도적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이헌욱 변호사(법무법인 정명)는 "정치권과 정부가 서로 협응해서 정책을 실행해야 한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날 수 있다"며 "경영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부담감은 있겠지만, 대의를 위해서 이제는 게임계 리더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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