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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갈등과 비판
올해 게임업계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IP(지식재산권) 활용이었다. 기존 히트게임뿐 아니라 웹툰이나 영화 등을 통해 만들어진 국내외에서 IP는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으로 변신했다. 당연히 IP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표면화 됐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는 공동으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미르의 전설' IP와 관련해 치열한 법적 공방을 펼치고 있다. 액토즈소프트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샨다가 위메이드와의 합의 없이 '미르의 전설' IP를 무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인기 IP 확보와 활용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당면 과제라는 점에서 향후 저작권 관련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 김정주 대표가 친구였던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제공했던 것이 10여년만에 밝혀지며 불거졌던 '진경준 게이트'는 게임산업에 대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김 대표는 경영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용'이었다며 해명을 하고 사죄했지만, 게임계 전체에 부정적 인식을 끼칠 수 밖에 없었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문제도 부정적인 이슈였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안을 발의했는데 유저들이 환영을 나타낸 것도 게임업계로선 부담스런 대목이었다. 이에 업계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를 중심으로 내년 초 유저들도 납득할 수 있는 자율 규제안을 발표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동안 소비자의 권익보다는 돈벌이에 치중한 것이 아니었냐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새로운 희망을 보다
올해 초 AI(인공지능) '알파고'에 이어, AR게임 '포켓몬 고'는 글로벌을 강타했다. 모바일게임이 전형적인 레드오션화 되면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AR과 VR게임의 본격적인 출시는 게임산업에 큰 희망과 함께 자극을 동시에 줬다. 글로벌적으로는 한발 뒤진 측면은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계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선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여전하다.
국내 게임사들은 다양한 AR과 VR게임을 선보이며 내년 이후 심화될 대중화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였던 '창조경제'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VR산업 지원 예산이 줄어들게 된 것은 향후 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포켓몬 고'와 같이 히트 IP와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웹젠 김병관 의장이 지난 4월 열린 20대 총선에서 경기 분당갑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최초의 게임인 출신 정치인이 탄생한 것은 의미가 컸다. 주식문제 등으로 당장 게임산업과 관계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 아닌 산자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청년 고용과 창업 등 ICT 산업 전반에 든든한 후원군이 되고 있다. 또 향후 게임계 1~2세대 리더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정관계에 진출, 한국의 대표 문화 콘텐츠인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힘을 보태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빛과 그림자
한국 e스포츠는 올해도 '명과 암'을 동시에 경험해야 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상암동에는 새로운 e스포츠 전용경기장인 '서울 OGN e스타디움'이 문을 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OGN 등이 적극 협력해 한국 e스포츠 15여년만에 비로소 제대로 된 e스포츠의 전당이 탄생한 것은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도 상징적인 이정표가 됐다.
프로게임단 SK텔레콤 T1은 올해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10월 미국 LA에서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연속 제패하며 글로벌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도 한국이 세계 최강임을 다시 입증했다. 많은 국내 선수들이 중국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등 자본력이 풍부한 곳으로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서 이뤄낸 성과이기에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블리자드가 출시한 '오버워치'가 5월에 출시된 이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적으로도 빅히트를 치며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기를 재점화시켰고, 더불어 e스포츠로 활성화되면서 종목 다양화에 기여했다. 국내의 여러 기업팀과 클럽팀들이 '오버워치'팀을 구성하면서 오랜만에 e스포츠에도 활기를 던졌다.
반면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시작하며 e스포츠 산업의 근간을 일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프로리그가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린 것은 분명 마이너스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게임의 수명으로 인한 인기 하락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승부조작 이슈의 그림자를 지워내지 못한 것은 향후 개인전으로 펼치는 여타 e스포츠 종목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해외 게임사에 e스포츠의 주도권을 넘겨준 국내 e스포츠 업계에선 여전히 경쟁력을 가진 e스포츠 시스템을 활용해 향후 어떤 전략으로 이니셔티브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던졌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